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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죽은 자는 말이 없다

by 길철현 2016. 4. 14.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비 오는 날 한강에 나가 보았어

젖는 데엔 이골이 날 때도 되었건만

달려드는 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차 안에서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와이퍼의 움직임 사이로 한강을,

물위에 물이 떨어져 젖어드는 걸

묵묵히 바라다보았지

빗줄기 잠시 호흡을 늦추자

어디선가 날아든 한 떼의 비둘기들

젖은 깃털로 서둘러 하루를 쪼다가

일제히 후두두 피신처로 솟아오르더군

저만치 홀로 버려진 채

온몸으로 비를 받고 있는 산책로처럼

죽은 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강물은 어딜 그리 바삐 흘러가는지

차들은 물보라를 튕기며 또 어디로 가는지

                  

(2000년 9월 19일)

(2000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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