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비 오는 날 한강에 나가 보았어
젖는 데엔 이골이 날 때도 되었건만
달려드는 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차 안에서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와이퍼의 움직임 사이로 한강을,
물위에 물이 떨어져 젖어드는 걸
묵묵히 바라다보았지
빗줄기 잠시 호흡을 늦추자
어디선가 날아든 한 떼의 비둘기들
젖은 깃털로 서둘러 하루를 쪼다가
일제히 후두두 피신처로 솟아오르더군
저만치 홀로 버려진 채
온몸으로 비를 받고 있는 산책로처럼
죽은 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강물은 어딜 그리 바삐 흘러가는지
차들은 물보라를 튕기며 또 어디로 가는지
(2000년 9월 19일)
(2000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