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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조지프/어둠의 심연

Garnett, Edward. Unsigned Review, Academy and Literature. Conrad The Critical Heritage. Norman Sherry, ed.

by 길철현 2018. 1. 4.


콘래드가 작가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데 중요한 조력자였던 가닛은 콘래드의 두 번째 소설집 [청춘; 이야기, 그 외 두 편의 중편]을 다룬 서평에서 당대의 다른 평론가들과는 달리 [암흑의 핵심]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으며, 작품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해명하려 시도한 점에서 [암흑의 핵심]의 최초의 중요한 논평이라고 할 수 있다. 서평의 특성상 아주 심도 있게 작품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이 논평에서 그는 먼저 '육적인 것에 대한 영적인 것, 보이는 삶에 대한 안 보이는 삶에 대한 것, 우리의 의식적인 행동과, 감정과, 전망에 대한 우리 내부의 잠재적인 삶, 우리의 흐릿한 동기나 본능에 대한 것의 관계'(132)를 다루고 있음을 지적하여, 후에 앨버트 게린 -- 그는 이 작품을 '우리 내면으로의 여행'으로 보았다 -- 이나 프레드릭 칼 등이 정신분석의 영향력 아래 쓴 글들의 전조가 되었으며, 더 나아가 백인들의 지배 아래 고통을 받는 흑인들의 모습이나, 문명화가 덜 된 아프리카에 간 백인들이 '무의미해 보이고, 또 자신들의 삶에 대한 신조나 개념을 협박하는 듯한'(133) 아프리카 대륙의 원시성 앞에서 겪는 혼란 등을 지적함으로써 지난 30년 간 이 작품 비평의 주류를 이룬 '이 작품과 제국주의 논쟁'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콘래드를 비롯하여 당시의 모든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인들을 '열등 인종'으로 취급하고 있는 면에서는 가닛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콘래드가 '어떤 의도(intention)도  선입견이나 편견도 없이'(133) 이 작품을 쓰고 있다는 부분에서 특히 그러한 면이 두드러진다. 가닛 자신도 당시로서는 알 수 없었겠지만 콘래드는 이 작품의 도입부에서 고대 영국의 원시성을 지나칠 정도로 부각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인의 원시성도 아체베가 보기에는 용납하기 힘들 정도로 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흑인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닐지라도 콘래드 자신의 어떤 의도가 잠입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부분을 집중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용)

(131) a study of 'the white man in Africa'

(132) the high-water mark of the author's talent

- an impression, taken from life, of the conquest by the European whites of a certain portion of Africa, an impression in particular of the civilizing methods of a certain great European Trading Company face to face with the 'nigger.'

- the human life, black and white, in HD an uncommonly and uncannily serious affair.

- the art of HD lies in the relation of the things of the spirit to things of the flesh, of the invisible life to the visible, of the sub-conscious life within us, our obscure motives and instincts, to our conscious actions, feelings, and outlook.

- the art of HD implies the catching of infinite shades of the white man's uneasy, disconcerted, and fantastic relations with the exploited barbarism of Africa; it implies the acutest analysis of the deteriration of the white man's morale, when he is let loose from European restraint, and planted down in the tropics as an 'emissary of light' armed to the teeth, to make trade profits out of the 'subject races.' The weirdness, the brilliance, the psychological truth of this masterly analysis of two Continents in conflict, of the abysmal gulf between the white man's system and the black man's comprehension of its results, is conveyed in a rapidly rushing narrative which calls for close attention on the reader's part.

-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만큼 흥미로운 이야기.

- 아프리카의 묘사, 타락하는 백인들이 자신들의 신조 삶에 대한 개념에 협박하는 듯하고 또 무의미한 듯한 암흑의 핵심을 노려보는 것, 백인들에게 억압당한 채 고통을 받고 있는 흑인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실상을 그대로 묘사한 것.

(133) the artist is but intent on presenting his sensations in that sequence and arrangement whereby the meaning or the meaninglessness of the white man in uncivilized Africa can be felt in its really significant asp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