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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산길에서

by 길철현 2016. 4. 15.


산길에서


산에서 길을 잃고

길 없는 길을 잠시라도 헤매본 이는 알리라

이 좁은 산길이 얼마나 고마운 등불인지를


산에서 길을 잃고

길 없는 길을 오래도록 헤매본 이는 또 알리라

이 좁은 산길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편안함인지를


산길을 벗어나

길 밖의 길로 나아간 채

영영 돌아오지 않는 이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 깊고 어두운 숲

길 밖의 길의 이해할 수 없는 손짓에

이따금씩 나는 속수무책이다


(09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