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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19년 탁구 이야기 - 논문과 탁구(YG 서브에 이은 3구 공략)

by 길철현 2019. 1. 15.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학위 논문도 중요하지만, 수십 년을 해온 탁구로부터--물론 중간 중간 탁구를 떠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석사 논문을 쓸 때나, 부상 때문에, 또 집안 일 등으로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일 년 이상의 공백이 있었다--멀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듯하다. (갑작스럽게 불면이 찾아와 하룻밤을 꼬박 새고, 하루 종일 비몽사몽으로 지내다 겨우 잠이 들어 그 다음 날은 그런 대로 열심히 논문 작업을 하지만 또 하룻밤을 꼬박 새고, 이런 패턴을 3번 정도 반복하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병원에 가서 수면제 처방을 받았다. 수면제를 먹지 않고 잠을 이루려 애를 써보았지만 잠이란 놈은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을 때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사랑처럼 애를 쓰면 쓸 수록 달아난다는 것을 지난 경험들로 잘 알고 있기에, 이번에는 한 시간 정도 뒤척이다가--'미 해군에서 사용하는 2분 안에 잠드는 법'을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효과가 없었다--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요즈음 수면제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나고 해서, 병원에서도 약의 '의존성'과 '습관성'에 대해 강한 주의를 주면서 1주일 치만 주었다. 이틀 정도 한 알 씩 먹고 자다가, 3일 째는 의사의 권고대로 반 알만 먹고 자려 해보았으나 역시 잠이 오지 않았다. 뇌가 흥분된 상태라고 해야할 지, 어쨌든 정상적인 흐름에서 다소 벗어난 것이 사실이었다(우리는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대체로 이유조차 모르고, 다분히 무력하다. 그래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느 정도나마 이해하는 경우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느닷없이 나를 밀쳐서 바닥에 쓰러뜨려 팔이나 다리가 부러졌다고 한다면 일단 엄청나게 화가 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을 한 까닭을 알 수 없다면 그 분노는 그 상황의 미스터리와 함께 내 내면에 응어리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 나에게 원한이 있는 어떤 사람이 나를 향해 던진 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 다시 말해 전후사정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물리적 상처는 남더라도 마음은 어느 정도 편해질 것이다. 이 비유를--비유에 난 특히 약한데--떠올릴 수 있는 힘은 논문 작업을 하면서 계속 생각을 굴리고 있는 데서 온 것인가?). 외부적으로 큰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그나마 큰 사건이라면, 같은 탁구 동호회에 있던 후배가 돌연사한 것인데(나도 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는가? 나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절감했는가?)--지금 현재로서는 논문과 탁구 사이의 갈등, 논문을 쓰는 정신적 힘겨움을 피해 버리고 싶은 마음, 논문을 쓰더라도 별다른 보상이 없다는 현실 등등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듯하다.


그러다가 문득 탁구를 못 치는 아쉬움을, 점심 식사를 하고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는 것이 그나마 누리는 여유 중의 하나인데 그것조차도 미세먼지 때문에 여의치 않아, 서브 연습으로나마 달래자는 생각이 든 것이 지난 일주일 전, 그러니까 지난 화요일(1월 8일)이었다(일요일 밤을 꼬박 새고 이러다간 논문이고 뭐고 다시 한 번 커다란 정신적 위기에 봉착할 것같은 느낌--이전의 상황을 약간 설명하면, 잠을 푹 잔 날에는 요즈음의 생활이 무력감에 빠지지 않고 나름대로 착실한 데에서 오는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과 함께 기분이 고점으로 좋다가도, 밤을 지새고 나면 기분이 저점으로 자꾸 가라앉으려는 그런 상태--때문에 월요일 아침에 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수면제 처방을 받고, 수면제의 도움으로 잠에 들 수 있었고, 월요일 밤, 그러니까 화요일 새벽에도 수면제를 먹고서야 잠이 들었다. 수면제를 계속 먹어야 잠이 들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말이 씨가 된다고, 죽은 후배의 장례식 장에서 만난 동호회 회원이자 내과의사인 선배와 이야기를 하다가(이 일은 그보다 구일 전 작년 12월 30일에 있었다), 불면증 이야기(이번 일이 본격적으로 돌출되기 전 전조 증상으로 아침에 너무 일찍 깨서 하루가 피곤한 경험, 그러니까 불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수면 장애가 있었던 것을 이야기한 것인데)가 나왔는데, 이 선배도 수면제의 '의존성'과 '습관성,'  수면제로 인한 사고 등등을 이야기하면서, 웬만하면 먹지 말아야 하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수면제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다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는가? 등등의 불안감이 쓰나미처럼 밀려들려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뇌의 흥분이 다소 가라앉고 목요일 정도부터는 수면제 없이 잠이 들 수 있었다(그래도 첫 날엔 한 시간 이상 뒤척였고, 자다가 중간중간에 깼다). 그 이후로 네 시간 이상을 잘 못자서 피로가 계속 쌓이고 있었는데, 어제는 낮잠을 십여 분 정도로 세 번 잤고, 밤에도 여섯 시간 정도 중간에 깨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그러고 보니 불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몇 년 전부터 자다가 중간에 한 번은 깨서 화장실에 가야 했다. 심한 경우에는 두 번 깨기도 했다. 노화의 현상 중의 하나).


어쨌거나 내 뇌, 혹은 마음은 논문과 탁구를 절충시킬 방안을 찾고 있었고, 그 해결책이 서브 연습이었고, 서브 중에서도 YG 서브였다(이 YG를 아직은 Young Gil이라고 문득 풀어본다). 꾸준히 서브 연습을 하고, 실전에서 써먹어 보고, 점심을 먹고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탁구를 치는 것(서브 연습 30분 시합 30분에서 1시간)은 논문 작업에 크게 방해를 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정신적, 육체적으로 활력을 준다는 쪽으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해본다(글을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펜이 사방팔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저런 생각들을 호명한다).  


서브 연습은 어느 정도 틀이 잡혔고, 3구 공격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가 이제 관건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백핸드 쪽으로 오는 공은 열어서 쳐야 하고, 포핸드 쪽으로 오는 공은 좀 닫아 주어야 하는 듯하다(좀 더 연습을 해보아야 확실해 질 것이다). 백핸드 쪽으로 오는 공은 커트가 좀 더 먹는 것 같기도 하고, 포핸드 쪽은 오히려 커트가 풀리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기본적으로 백핸드 서브와 거의 같은 매커니즘이다. 내가 예전에 백핸드로 서브를 넣고 3구 공격을 하던 것을 생각하면 될 듯하다. 3구 공략은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