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는 오히려 보편과 '지양'의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 이는 이탈리아 출신의 철학자 아감벤Girogio Agamben이다. 아감벤은 예외를 "포함시키는 제외"라는 역설적 공식으로 정의한 바 있다.
예외는 보편의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밖에 있는 역설적인 개념이다. 예외는 제외됨을 통해 질서 안으로 다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외는 일종의 제외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규범으로부터 제외되는 개별적인 경우이다. 그러나 예외를 원래 특징짓는 것은 제외되는 것이 그로 인해서 규범과는 관련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와는 반대로 예외는 보편과 지양의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규범은 예외를 등지면서, 즉 예외로부터 돌아서면서 자신을 예외에게 적용한다. 그러므로 예외상태는 질서에 선행하는 혼돈이 아니다. 그것은 질서가 지양됨으로써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외는 그 말의 어원이 뜻하는 것처럼 빼내어진 것이지, 단순히 제외된 것이 아니다." [Homo Sacre 27]
예외는 '꺼내다', '빼내다'라는 뜻의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그러므로 예외가 있기 이전에는 반드시 전체적인 상황이 존재하며, 전체에서 빼내어진 것으로서의 예외는 전체와 여전히 관련을 맺고 있다. 말하자면 규칙 또는 질서가 없이는 예외도 없다. 그러므로 예외는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지양하면서 예외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규칙이다. 규칙은 예외와 관련을 맺음으로써 비로소 규칙으로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예외없는 규칙은 없다'는 것을 '규칙은 예외로 인해 바로 규칙이 된다'는 인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문제이다. 아감벤은 규칙이나 법이 특수한 힘을 갖는 것은 바로 외부와 관련을 맺을 수 있는 능력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그는 이와 같이 무언가를 배제함으로써 포함시키는 형식으로 나타난 관계를 "예외관계"라고 부른다.
예외관계란 보편의 내부와 외부가 맺고 있는 관계이다. 예외는 질서에 대립하는 혼돈의 양태로써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질서와 혼돈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아감벤에 의하면 예외의 작동은 단순히 정상적인 상황과 혼돈 사이를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외는 보편적인 질서의 내부와 외부 사이를 넘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러 놓는다. 이렇게 이해된 예외개념에서 핵심적인 것은 보편이 자신의 외부와 맺고 있는 '열린 관계'이다.
김현강. [슬라보예 지젝]. 이룸. 2009. 1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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