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탁구 이야기

4월 모임 후기 (탁신 - 120422)

by 길철현 2016. 4. 25.



[4월 모임 개인적 소감 * 일기]

아침에 일찍 잠이 깨서 몸은 피곤한 데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서, 피곤한 채로 명상, 혹은 욕설 뱉기, 혹은 시 쓰기를 좀 하다가, 화요일에 있을 윌리엄 포크너 [The Sound and the Fury] 발제문을 좀 생각해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한 두 시간 정도 잤나? 꿈에서 나는 재석이 형과 탁구를 치고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뭔가 불만이 있었는지, 나는 고함(The Sound)을 질러대었다. 이 잠으로 피로 혹은 스트레스가 좀 풀렸나?

책을 좀 더 보다가 점심을 먹고는 고대 동아리 탁구장에서 혼자 서브 연습을 좀 하다가 몸이 근질근질해져서 재석이 형에게 전화를 걸어 일찍 만나자고 했다. (재석이 형이 전화를 안 받아, 승훈이 춘헌이에게도 전화를 했구나.)

 

대광에 도착해서 재석이 형과 몸을 풀고 있는데, 일산 팀(춘헌, 성수, 경태)이 도착했다. 재석이 형이 경태랑 시합을 하고, 나는 춘헌이랑 연습을 하다가, 다시 성수와 진검승부를 하게 되었다(춘헌이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성수에게 3부는 3부끼리 시합을 해야 한다”라고 반자조적인 농담을 던졌다. 한 번 추락한 탁구는 올라오지 않는가? 2년 가까운 공백이 이제는 메울 수 없는 긴 시간이었나?) 성수의 회전 혹은 무시처럼 보이는 커트 서브를 조심하면서 시합에 들어갔는데, 의외로 디펜스가 잘 되었다. [성수의 드라이브가 회전력이 많이 하지만 아주 강하진 않아서 백핸드 긴 서브를 성수 백사이드에 넣고 돌아서서 걸게 한 다음 올라오는 공을 포핸드로 눌러 빼버리거나, 그냥 커트로 리시브를 하면 내가 공격을 하는--내 공격력이 강하지는 않지만(아니 약하지만), 연타 능력은 그런대로 있기 때문에--방식으로 시합을 이끌어 나갔다. 포핸드 짧은 서브를 미들에 넣고, 넘어오는 공을 성수 포핸드 쪽으로 깊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그런 대로 득점력이 있었다.

 

이 정도면 해볼만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합을 이끌어 나가자, 조급한 쪽은 성수였던 것 같다. 첫 세트는 11대 9로 이기고, 둘 째 세트는 5대 9로 지다가 듀스 가서 역전을 시켰던 것 같고, 마지막 세트에서는 10대 9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 때까지는 포핸드로는 짧은 서브만 넣었는데, 갑자기 긴 서브를 넣자, 당황한 성수가 리시브에서 범실을 범하고 말았다. 3대 0 승.

 

산뜻한 출발이었는데, 성수가 5천 원 카드를 빼내 들었다. 이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어쨌거나 첫 세트를 다소 쉽게 이기고(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마음이 약간 느슨해졌던가? 둘 째 세트에서는 9대 11인가로 지고 말았다.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내 공격에서 범실이 많아지려 하고 있었다. 서두르면 안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시합을 해야 한다. 이 세트를 몇 대 몇으로 이겼는지 모르겠다. 11대 9였거나, 아니면 듀스까지 갔는가? 마지막 세트에서는 성수가 좀 무너졌는가? 어쨌거나 3대 1승. 뭔가 조짐이 좋았다.

 

두 번째 상대는 춘헌이였는데, 지난번에 나에게 2점 접고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2점 핸디를 받고 5천발을 했다. 첫 서브를 백핸드 긴 서브를 넣어 보았는데, 성수와는 달리 디펜스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내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는 작전으로 변경. 성수 때와 마찬가지로 포핸드 미들 짧은 서브를 넣고 상대방 포핸드 깊숙한 곳으로 거는 작전을 구사했다. 그런데, 역시 춘헌이의 서브가 쉽지 않았다. 첫 세 갠가 네 개를 잇달아 탁구대 밖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회전량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서브에서는 나도 득점을 올렸기 때문에 비슷하게 나갔는데, 서브에 차츰 적응을 하자 게임이 내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었다. 첫 세트를 몇 대 몇으로 이겼던가? 듀스를 가서 내가 이겼던 것 같다. 첫 세트의 고비를 넘기고 나자, 춘헌이의 범실이 많아졌다. 2세트와 3세트는 낙승. (춘헌이는 첫 게임에서 재석이 형에게 지고 좀 다운이 되어 있었던 듯.)

 

세 번째 게임 상대는 나의 주적인 재석이 형이었다. 재석이 형과 나는 요근래 일 주일에 두 번 정도는 게임을 했는데, 승률에 따라 2점 핸디에서 1점 핸디, 맞잡고 치기를 내리락오르락 했다. 지난 화요일 연맹에서의 게임 때 1점 핸디에서 3대 1 승, 맞잡고도 3대 1 승을 거두었기 때문에(그날 재석이 형은 컨디션이 나빠서 그랬다고 했는데, 응배에게 3대 0으로 이긴 걸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듯),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재석이 형의 포핸드 드라이브가 강하긴 하지만 박자가 아주 빠른 것은 아니니까 지키면서 나는 내 공격을 하면 된다는 심산이었다. 첫 세트, 게임은 생각대로 진행이 되었으나, 역시 재석이 형의 연타 능력이나 공격력은 좋았다. 하지만 백핸드의 약점을 이용해서, 게임을 듀스까지 끌고 갔다. (8대 10으로 진 상황, 내 서브에서 디펜스와 공격으로 듀스를 만들었구나) 그런데, 14대 15인가로 진 상황에서 재석이 형의 너클 리시브를 루프 드라이브로 올리다가 미스를 범하고 말았다. 둘째 세트에서도 초반에는 2대 6인가로 정신없이 끌려갔다. 이기긴 힘든가?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게임을 운영해 나갔다. 줄 점수는 주고, 대신 최대한 버티고, 또 내 공격 찬스에서는 점수를 따내자. 후반부로 가면서 나에게 운도 따랐다. 스매싱을 한 것이 몇 개 네트를 맞고 들어가 준 것이다. 그리고, 재석이 형의 구찌--내 공이 느리니 어쩌니 하는--에도 맞받아쳤다. (시합 때에는 모든 것이 무기인 것이다. 그 날아오는 무기에 당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나의 민감함인가? 어쨌거나, 그러한 공격에 가만히 당하고 있었을 경우 결과가 좋지 않은 적이 많이 있었다.) 몇 대 몇으로 이겼나? 15대 13 정도.

 

일대 일이 되자 재석이 형이 조급해졌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공격이 정교했는데 범실이 나오기 시작했다. 3세트를 다소 힘겹게 이기고, 4세트는 11대 7(?)인가로 낙승.

 

이번에는 승훈이가 걸고 나왔다. 4점을 접고도 계속 졌기 때문에, 일단 핸디를 5점으로 불러보았다. 승훈이가 오케이라고 했다. 5점이면 이기지 않을까?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승훈이의 디펜스가 워낙 좋아 내 약한 공격으로는 뚫어낼 수가 없었다. 첫 세트 10대 9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있는 힘껏 스매싱을 했는데, 승훈이가 받은 공이 천장에 거의 닿을 듯 하면서도 닿지 않고 넘어와, 거기다 회전까지 먹어 있어서, 미스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만인의 웃음거리가 되고. 승훈이는 공의 구질이 다른 선수 출신하고도 또 달랐다. (손목 힘이 강한 데다 한 볼 한 볼에 변화를 준다는 이야기를 뒷풀이 때 했다. 승훈이의 사라지는 백핸드 드라이브.) 첫 세트 듀스에서 지고, 2세트는 9대 11인가로 지고(9대 3에선가 잡히고 말았지), 3세트 때 10대 9에서 듀스가 되었을 때에는 열 받으니까 한 게임 더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운이 나에게로 넘어왔다. 듀스에서 내 공격이 들어가고 또 승훈이가 범실을 해준 것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공을 있는 힘껏 쳤다. (승훈이의 강한 커트는 평상시의 내 스윙으로는 네트를 잘 넘어가지가 않았다.) 그리고, 하나 알아낸 승훈이의 약점은 역시 내 백핸드 긴 서브에 대한 리시브가 다른 서브보다는 좀 순한 데가 있다는 것이었다. 4세트와 5세트를 각각 11대 9, 11대 7 정도로 이겼다.

 

늦게 온 응배와 준기가 한 게임 씩을 요청했으나, 몸도 피곤하고, 탁신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얻은 전승의 기쁨에--춘헌이와 승훈이의 경우에 핸디를 좀 많이 잡긴 했으나--빗금을 긋고 싶지 않아서 사양을 했다. ㅎㅎㅎ

 

<뒷풀이>

돈암동 고흥 수산에서 우리 팔인은 모두 큰 소리로 왁자지껄.

뒷풀이의 하이라이트는 술 취한 응배가 미끄러져 탁자 위에 엎어진 것.

폭탄이라도 터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으나, 다행히 컵 따위 깨어지는 것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고--남은 미역국이 바닥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긴 했지만--응배도 다치진 않았음.

 

 

           오월 모임은 나의 샹그리라,  One Mountain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