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성당못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고향인 대구에는 추억이 서린 곳이 많은 데, 군대있을 때 어머니가 성당못 부근으로 집을 옮겨서 휴가를 나왔을 때나, 또 제대 후 몇 달 간, 그리고 동생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1년 간, 그 이후로도 20년 가까이, 모두 합쳐서 그 집과의 인연은 30년 정도 되는 듯하고, 그 당시에 성당못 주변과 두류산을 많이 산책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대구로 내려갔다가 모처럼 성당못을 한 바퀴 돌았다. 예전에는 그 옆에 도살장도 있던 그냥 방치된 못이었는데(중학교 때였던가 못 옆으로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데 물이 길까지 찰랑찰랑했다) 지금은 그 크기가 많이 준 대신에 자꾸만 치장을 한다. 이번에 보니 인공섬이 또 하나 늘었다. (오후 다섯 시 반 경. 갤럭시 노트 8)
멀리 대구의 명물 중의 하나인 두류 타워도 보인다. 이번에 보니 못 주변에 둘레길이 있음에도 데크 길을 하나 더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저수지 주변에는 데크를 까는 것이 유행이다. 거기다 흔들다리를 놓는 유행도 들불처럼 퍼져나간다. 그 장소의 특색을 잘 살려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이디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솟아나오는 것이 아니다보니.
아마도 이 자리에 여름이면 붉은 백일홍을 피워 올리던 늙은 배롱나무 한 그루가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던 듯한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성당못 주변은 서울의 탑골 공원처럼 나이 드신 분들이 여가를 즐기는 대표적인 장소 중의 하나이다. 남자분들에게는 바둑과 장기가 즐거운 소일거리이다.
못 옆의 이 나지막한 산은 보기보다는 가팔라서 단숨에 오르기엔 버겁다. 이름이 뭔지 몰랐는데 두리봉이라고 부른단다. 이 야산에서는 사람들이 경찰의 눈을 피해 내기 화투를 쳤고, 피에 굶주린 모기들이 얼마나 달려들던지 쪽 빨렸던 기억이 난다.
절과 교회가 나란히 붙어 있는 장면이(그나마 약간의 공간은 확보했다). 이런 장면을 30년도 더 전에 삼천포에서 목격했었다.
성당못 옆 장등산 전망대에서 본 앞산, 가톨릭 병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가 나오는 곳을 찾지 못해서 좀 고생을 했다. 앞산(비슬산)과 팔공산은 대구를 남북으로 둘러싸고 있는 명산들인데, 앞산은 두류산과 함께 시민들의 휴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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