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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19년 탁구 이야기 - 탁신 회장배 최강전 후기(0518)

by 길철현 2019. 5. 20.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탁신 회장배 최강전, 그러니까 2016년부터 해온 탁신 최강전과, 2017년 한 해 거창하게 하고는 이러다가 탁신이 거덜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꼬리를 내리고만 탁신동호회회장배를 합쳐서 재탄생한 기괴한 이름의 이 시합은, 탁구 동호회인 우리 모임의 가장 큰 행사로 자리를 잡았고(예전에는 가장 큰 모임이, 그해 남은 예산을 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턴다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규정에 따라, 거기다 크리스마스도 아닌데--크리스마스에도 선물을 주고 받지도 않으면서--사람들이 저마다 찬조 상품을 갹출하여, 값비싼 음식-- 그래봐야 중국집에서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탕수육에다 라조기며, 팔보채 등의 요리였지만--을 배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까지 먹고, 이런저런 상품들을 두 팔 가득 안고 집으로 향하던 연말모임이었다) 올해에도 탁신 회원들이,  일부 지방 혹은 해외 거주 회원과, 업무상 부득이 하게 참여하기 힘들었던 회원, 그리고 누구라고 꼭 밝히지는 않겠지만 불량 회원 등을 제외하고는 엄청난 상금에 먼 눈을 하고 개떼처럼 참가 하였으며, 회장뇜의 목조르기에 시달린 노땅 회원들은, 참가도 할 수 없는 지방  회원은 물론 해외 거주 회원까지 포함하여, 거금을 아낌없이 투척하여 성대하게 거행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 회원을 받지 않는 탁신의 철칙의 예외 조항에 의거, 배우자 자격으로 두 명의 여성 또한 참가하였던 것이었다.


첫 문장이 가독률 5프로 정도로 길어지고 만 것은 최강전 초대 단*복식 우승자로서 은근한 기대를 안고 갔지만(8강 정도에는 들지 않을까 했는데) 시합을 완전히 죽쑤고 만 나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긴 탄식의 빗댄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단식에서도 본선 1회전에서 선화에게 3알이나 받고서도 0대 3으로 지고 말았고(첫 세트를 16대 18인가로 진 것이 컸다. 에지로 그 세트를 내주면서 오늘은 운명의 여신이 나에게 냉소만을 보내는 그런 날이라는 것을 직감했던가?), 천금이와 한 조를 이룬 복식에서도 태신이와 남규 조에 1대 3으로 진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이 되지만, 진황이와 정일이 조에게 한 알 핸디를 받고서도 2대 3으로 지고 만 것은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요즈음 운동량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시합도 안 나가고, 아는 사람들하고만 치다보니 임기응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 날 시합에서 독보적인 존재는 당연히 재욱이었다. 4강전에서 민노를 꺾고, 결승전에서도 독사인 훈태를 2대 1로(3세트에서는 11대 5 정도의 큰 점수 차이로 이겼다) 비교적 손쉽게 이겼다. 원래 탁구에 있어서만큼 천재라는 이야기를 듣는 재욱이었지만, 셰이크로 바꾸고는 백핸드 때문에 다소 고전을 했는데, 이제는 약간은 보완이 된 모양이었다(본인 말로는 백핸드 디펜스를 조금씩 눌러 주어서 상대방에게 두들겨 마지 않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고). 단식 우승자 맞추기에서 누구를 쓸까 고민하고 있었고, 재욱이를 내심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회장뇜이 뜬금없이 내 이름을 적는 바람에 나 역시도 의리를 지키느라 회장뇜 이름을 적었더니만, 역시 실리가 날아가고 말았다. 이 밖에 내가 관전한 단식 시합 중 특히 흥미로웠던 시합은 훈태와 남규의 시합이었다. 남규는 2부의 강자(3부로 내려오기로 결심한)인 석태와 4부의 강자인 재석이 형, 용주를 3대 0(2대 0)으로 가볍게 보내고 훈태와의 시합에서도 1세트는 11대 4인가로 원사이드하게 이끌었다. 볼 파워에서 훈태를 압도해서 이 시합도 원사이드하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2세트부터 훈태가 꼬셔먹기를 하는데, 남규의 범실이 차츰 늘어났고, 3세트에서는 팽팽하던 시합이 7대 7 정도였나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결정구를 남규가 미스하는 바람에 시합의 추가 훈태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훈태가 역시 독사라는 것을 한 번 더 증명했지만, 탁구 천재인 재욱이에게는 이번에는 밀렸다.


복식 시합에서의 이변은 8강전에서 익범 옹과 성욱이 조가 태신이 남규 조를 이긴 것이었다. 보지는 못했지만 첫 세트인가 익범 옹 조가 4알 핸디를 받고 5대 9로 지다가 그것을 뒤집어 엎었단다. 익범 옹 조는 익범이 형 전략에 따라 무리한 공격은 자제하고 철저하게 짧게 놓는 작전으로 나아갔는데 그게 먹혀 들었던 모양이다. 2대 2, 8대 5정도부터 구경을 하기 시작했는데, 태신이가 범실을 하니까 그 다음에는 남규가 범실을 해서 무너지고 말았다(11대 5였나? 태신이가 이날 볼이 너무 안 맞아서 범실을 많이 했다고 했다). 민노와 한 팀을 이룬 정연이도 남다른 실력을 발휘하여 4강까지는 갔으나, 병규 형과 재욱이 팀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병규 형은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록된 백핸드뿐만 아니라 포핸드에서 마저 가공할 실력을 보였다. 마지막 세트였던 듯한데 8대 8 상황에서 정연이가 넣은 서브를 한 번은 백핸드로 튀기고, 그 다음엔 포핸드 드라이브를 걸어 민노를 속수요 무책이게 만들고 말았다. 태원이 훈태와 맞붙은 결승전도 나름 팽팽하였으나, 태원이가 넘긴 공을 재욱이가 드라이브를 걸고, 병규 형이 백핸드로 양사이드로 튀겨서 훈태의 정신줄을 뒤흔드는 바람에 답이 없었다.      


뒷풀이는 흥수 갈비. 2차는 키노유메(나에게 아줌마를 구해주라고 외치던 석태가 기분 좋게 쏘았다). 흥수 갈비 옆 [당구의 신] 당구장에서는 승호 형과 재국, 진황과 진우가 한 팀이 되어 피 튀기는 겜베이를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가락을 승호 형이 뽀록으로 멋지게 성공시켜서 마무리를 지음. 지나치게 많이 먹고 많이 마신 탓에 오바이트가 나올 듯하고 시간도 많이 늦어져 사람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 늦게까지 있었던 태원이는 소나기를 맞았다고 카톡에다 투덜투덜.


[대회 준비에 애쓴 지수, 진우 부부, 진행을 맡은 태신이, 그리고 회장님, 기타 잔당들 - 해외에서 들어온 철욱이, 해외로 나가는 민우 - 모두 수고 했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공부가 날아갔네. 정말 짧게 쓰려고 했는데 또 길어지고 말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