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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밖의영상들

롤랑 조페 - 시티 오브 조이(Roland Joffé - City of Joy). 1992 [190629-30]

by 길철현 2019. 6. 30.




롤랑 조페(이 이름은 프랑스 식인데, 영국 출신이라고 한다)의 영화로 기억에 남는 것은 최근에 다시 본 [미션]이다. 그런데, 예전에 보았던  끔찍한 영화, 크메르 루즈 치아의 캄보디아에서의 학살을 다룬 [킬링 필드](The Killing Fields]도 그의 작품이고, 졸작으로 평을 받고 있는 데미 무어가 헤스터 프린 역을 맡은 호손의 [주홍 글자]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킬링 필드], [미션], [시티 오브 조이]는 모두 상영 시간도 두 시간을 넘고 스케일도 큰 영화일 뿐만 아니라, 서구와 다른 세계의 만남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조페의 시각에는 일정 정도 서구 중심주의 내지는 우월주의적 사고가 묻어나는 것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이 영화가 다른 두 작품처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했는데, 프랑스 소설가 도미니크 라피에르라는 사람이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로저 에버트의 지적처럼 이 영화는 자신이 담당했던 어린 환자가 죽은 것 때문에 실의에 빠진 백인 의사인 맥스(패트릭 스웨이지 - 좀 웃기는 캐스팅이긴 하지만)가 인도의 캘커타로 와서 겪게 되는 이야기라는 한 축과, 농촌에서 살다가 대도시로 나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하사리 가족의 이야기라는 다른 축이 연결되면서 전개되는데, 우리에게 좀 더 와닿는 부분은 삶의 힘겨움을 버팅겨 나가는 하사리 가족의 이야기이고, 이 부분이 좀 더 실감이 난다.


조페는 어떻든 간에 인도의 빈민들의 삶을 실감나게 담아내긴 했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라든지, 악독한 인력거 사장 등은 너무 정형화된 느낌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돌어가서 애초에 인도의 소설가가 아니라 프랑스 소설가가 이 이야기를 쓴 배경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듯하다.) 생존을 위한 제3세계 사람들의 몸부림은, 그저께 본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그러하듯, 끔찍하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옥순 -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24

많은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서 개봉된 미국 영화(수정 -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 영화) [시티 오브 조이]를 보았으리라.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주인공인 미국인 맥스의 시선으로 빈곤한 인도의 캘커타 시를 관찰한다. '지독하게 가난하고 더럽고 혼란스러운 인도. 그래도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애처럼 행복을 잃지 않는다.' 관객은 절망의 순간에 깨달음과 구원을 찾아서 인도에 왔다가 자신을 희생하여 가난한 인도인을 구원하고 그들을 깨달음의 세계로 이끄는 주인공의 생각과 관점을 은연중에 공유하며, 갈색 피부의 인도인을 영웅적인 백인 맥스의 타자로서 받아들인다. 역설적인 영화 제목처럼, 암울한 현실이 행복한 결말로 바뀌는 영화 속에서 인도는 서양의 열등한 대상이자 우리의 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