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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들·용어

쇼펜하우어 - 세계는 나의 표상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by 길철현 2019. 8. 13.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 이 말은 삶을 살면서 인식하는 모든 존재자에게 적용되는 진리다. 그렇지만 인간만이 이 진리를 반성적 * 추상적으로 의식할 수 있으며, 인간이 실제로 이를 의식할 때 인간의 철학적인 사려 깊음이 생겨난다. 그럴 경우 인간은 태양과 대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보는 눈과 대지를 느끼는 손을 지니고 있음에 불과하다는 것,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세계는 표상으로서만 존재한다는 것, 즉 세계는 다른 존재인 인간이라는 표상하는 자와 관계함으로써만 존재한다는 것이 그에게 분명하고 확실해진다. 어떤 진리를 선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이 진리는 온갖 다른 형식인 시간, 공간 및 인과성보다 더 보편적인 경험, 생각해 낼 수 있는 온갖 가능한 경험의 형식을 말하고 있고, 이 형식들은 이미 바로 이 진리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충분근거율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인식한 이 모든 형식은 각각 표상들의 특수한 부류로 간주되는 반면, 주관과 객관으로 분리되는 것은 그러한 모든 부류의 공통된 형식이고, 그러한 형식 아래에서만 어떤 종류의 표상이든, 추상적이든 직각적이든, 순수하든 경험적이든 어떤 표상이 가능하고 있을 수 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홍성광. 을유. 개정증보판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