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상에 좀 변화가 생겨서 이제 탁구를 마음껏 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내 몸이 더 이상 20대도 30대도 40대도 아닌, 조금만 있으면 노년인 50대 중반이라 예전처럼 과도하게 운동을 할 수는 없다.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어서 나와 동갑인 석태는 아직도 20대의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래도 인간인지라 몸은 아프겠지만 일곱, 여덟 게임을 무리없이 소화를 하고 그 다음 날 또 운동을 하러 간다. 하긴 나도 최근에 성욱이가 운동하는 대구의 탁구장에서 열 게임을 쉬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다음 날에는 정말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로 온 몸 전체에서 신음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될 대로 되라. Que Sera Sera. Hakuna Matata)
요즈음 내 탁구의 화두는 YG 서브다. 올해 1월 달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매달려서 일 주일에 두세 번 30분 정도, 최근 들어서는 거의 매일 한 시간 가까이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트의 회전량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내 몸 안에 커트 인자가 없는 것인지,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요령을 잘 모르는 것인지 그 답을 알 수는 없으나, 미세하게나마 커트량과 구사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자기암시를 하면서 흡족한 수준에 오를 때까지 연습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서론이 좀 길었는데, 모임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올해에는 야유회에도 참석이 저조하더니, 이번 달 모임에도 달랑 아홉 명만 참석했다. 회장님마저 집안에 일이 있어서 불참하고 말았다. 시합에 참가한 사람들도 꽤 많은 듯. 그래서 모인 사람들끼리 상품을 나눠갖고 뒤풀이도 정 수산에서 집 나간 며느리도 들어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를 회와 구이로 즐기고, 거기에 새우도 오도리(생)와 구이(찜)으로 곁들여 푸짐하게 즐겼다.
이번 달 모임에서 먼저 놀란 것은 회원들이 모이는 시간이었다. 3월부터 모임 시간을 12시로 당기고 개인전과 단체전 둘 다 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는데, 나는 그 동안 둘 다 하는 것은 체력에 너무 무리가 간다고 생각해서 단체전만 줄곧 참가했다. 그러다가 이번달부터 개인전도 참석하지는 생각에 개인전이 시작하는 1시 좀 안 되어서 명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명지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차에서 좀 잠을 청하다가 그래도 아무도 오지 않아서 총무인 진우에게 비밀번호를 물어서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고, YG 서브 연습을 좀 했다. 진우가 1시 반 쯤에 도착하고, 그 다음 민준이가 도착했다. 태신이, 응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수가 오랜만에 참석을 해서, 개인전을 시작한 시간은 2시 반. (일정보다 1시간 반이나 늦게 시작한 이 언행의 불일치는 우리 나름의 전통이겠지만, 공지에 굳이 그걸 밝힐 필요는 없지 않나 한다. 모임 시간을 2시 정도로 조정하는 건 어떨지?)
[누리는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수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를 수가 있는데, 총무인 진우는 전날 당직인지로 피곤한데도 매달 그래왔듯이 상품과 간식을 준비해왔다. 연말에 진우에게 노고에 대한 큰 감사의 상품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날 시합은 참가인원이 적고, 또 10월 3일 대회에 앞서 복식 호흡을 맞춰 보아야 한다는 재석이 형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개인전 풀리그(6명 3판 양승), 복식 풀리그(8명 이익범, 이재석 참가 5판 3승, 3판 양승) 3인 단체전 풀리그(9명 김진황 참가 3단식 5판 3승)로 진행했다.
개인전
1. 김태신 (4승 1패)
2. 길철현 (3승 2패)
3. 김응배 (2승 3패)
복식
1. 김민준, 김진우 (2승)
2. 길철현, 김태신 (1승 1패)
단체전
1. 이익범, 김태신, 김민준 (2승)
2. 김성수, 김진황, 김진우(1승 1패)
3. 이재석, 길철현, 김응배 (2패)
이 날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태신이와의 개인전이었다. 첫 세트는 내가 쉽게 따고, 두 번째 세트는 태신이에게 내어주고, 마지막 세트는 듀스에서 엎치락뒤치락 했으나 결국에는 14대 16인가로 내어주고 말았다. 태신이의 서브를 어느 정도 넘겨주는 것은 할 수 있었으나 그 다음 3구 공격이나, 3구를 막아내더라도 5구까지 막는 것이 어려웠다. 태신이의 공은 1부 중에서도 변화가 심해서 무리하게 공격하다가는 범실을 저지르기 일쑤였다.
민준이에게는 개인전에서도 지고 개인 복식에서도 지고 말았다. 민준이의 리시브가 좋아서 나에게 공격 찬스가 잘 오지 않았고, 나의 장점인 랠리에서도 내가 앞선다고 할 수가 없어서 완패하고 말았다. 민준이와의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가 하나의 숙제.
단체전에서는 공교롭게도 강자들이 한 팀으로 몰려 원 사이드한 게임이 되고 말았다. 익범이 형은 5부로서는 거의 최강이라고 할 수 있고(이 날 나는 익범이 형에게 1대 3으로 졌고, 23일 월요일 [패밀리 탁구장]에서 가진 시합에서도 1대 3, 0대 3으로 완패당하고 말았다. 백핸드가 워낙 좋은 데다가 핸디까지 있으니. 내 공격은 범실이 나거나 쭉 늘어나는 맥가이버 팔을 가진 익범이 형의 디펜스에 막히기 일쑤였다. 포핸드로 몰아야 하는데, 그것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태신이와 민준이를 이길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이미 승부가 결정난 상황이긴 했지만 재석이 형이 민준이를 이기긴 했다.)
민준이는 연속해서 러버를 타고, 참가 인원이 적어도 우승의 기회는 오지 않아 다시 한 번 러버를 놓치고 말았는데, 뜻밖에도 러버가 나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당구 겜베이 - 복식]
뒤풀이 후 익범이 형과 태신이가 한 팀, 진황이와 내가 한 팀이 되어 당구를 쳤다. 익범이 형이 갑자기 라잔타 러버를 걸고 시합을 하자고 했고, 모두 콜을 했다. 200인 익범이 형이 한 큐에 7개를 치자, 150인 진황이가 8개를 쳐서 장군멍군을 했고, 알다마에서는 익범이 형이 오랜만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막판에 내가 5개를 몰아치고 쿠션 하나, 그 다음 큐에서 또 쿠션을 치자, 자칭 프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익범이 형이 쉬운 하코마시를 놓치는 등 약간 저는 모습을 보이자, 진황이가 마지막 가락을 멋지게 성공시켜 러버 득템.
모임 참석자가 저조한 것을 전환하기 위해서 다음번 모임부터는 일등에게 백만 원을 줌, 이라고 한다면 허위사실유포죄로 잡혀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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