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이켜볼 때 실패와 좌절이 많았다. 그 결과 나는 가정을 이루지도 변변한 직장을 가지지도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해온 탁구 역시도 나에게 많은 좌절과 부상을 안겨 주었다. 강골로 태어나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의욕에 비례하는 체력 훈련 없이 무리하게 탁구를 치다보면 그 끝에는 금메달이 아니라 요통과 엘보라는 혹이 따라왔다. 하지만 비록 취미 활동이긴 해도 탁구에서는 영광의 순간도 많았다.
내 나이 어느 덧 50대 중반이라 실력을 늘인다는 것은 과대망상에 가까우므로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면서 실력 하락을 최대한 늦추어야 할 것이다. 신상의 변화로 탁구를 원하는 만큼 칠 수는 있게 되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YG 서브 연습에 치중하는데, 커트의 회전량을 늘이는 것이 정말이지 무지개를 쫓는 일인 것만 같다. 러버의 앞부분에 맞아야 커트가 제대로 들어간다는데 내가 맞추는 곳은 러버의 뒷부분이라서 그런 것인지. 출발이 좀 더 빠르든지, 스윙이 좀 더 빠르든지 해야 할 텐데 아직 답을 잘 모른 채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한다. 그리고 요즈음 특히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커트의 보완이다. 강한 커트가 없어서 상대방에게 손쉬운 공격 기회를 주는 듯하고, 커트가 있으면 처리하기 어려운 공을 일단 넘기는 데에도 유용할 듯하다. 요즈음 탁구를 자주 치고 있는 성욱이의 커트가 좋으니까 커트 연습을 좀 해야 할 듯하다. 그 동안의 탁구 상대들과는 커트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거기다 드라이브 채는 힘이 약한 나로서는 커트량이 많은 공을 무리하게 공격을 하다가 범실을 저지르거나 역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수와의 시합에서도 강한 커트가 상당히 유용하다.
최근 들어 탁구 시합에서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작년엔가 안양 패밀리 탁구장 단체전에서 우승을 한 것, 탁신으로 시합을 나가 3위를 한 것 정도가 전부이다. (아, 그러고 보니 서초 탁구장 시합에서는 최근에 두 번 준결승 정도까지 올라갔구나.) 그런데, 지난 2일, 내 생활이 서울과 대구로 두집 살림을 하다, 점점 더 대구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요즈음 대구 혁신도시에 있는 [탁구닷컴] 탁구장에서 열린 3인 단체전에서 공동우승이긴 해도 우승을 한 것은 다소 의기소침한 현재의 나에게 희망의 불꽃이 되어 주었다. 대구에서 3부로 네 번 출전을 했는데, 단체전에 나간 것은 처음(그것도 모르는 사람들과)이라 탁구장 시합이긴 해도 긴장이 되기도 했다. 예선전에서는 3전 전승을 해서 3부로는 내가 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나(세 번 째 만난 7부는 풀세트 14대 12로 간신히 이겼다), 본선 1, 2회전에서는 연거푸 패해, 전형을 많이 타고 기복이 심한 내 탁구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 팀의 다른 멤버인 양영숙 씨와 정해도 씨가 승리를 해주어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만난 2부 상대는 쉽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3대 1로 이겨 마지막 순간에 면피는 한 셈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으나 꾸준히 해나가면서 예전보다 좀 더 소프트웨어에 신경을 쓰는 탁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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