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영화가--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배트맨]의 이면 정도라고만 생각하고 접했는데--예상과는 달리,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다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어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너나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의 내면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이 영화를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한 그런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이 영화의 강점은 더 나아가 새로운 관점의 도입에 성공했다는 것일 것이다. 바꿔 말해 영문학 최초의 서사시인 [베어울프]를 한 번 뒤집어서 그 작품에 나오는 괴물 그렌델의 관점에서 그 상황을 서술한 존 가드너의 동명의 소설이 그러하듯, 이 영화는 '조커'라는 반영웅의 관점에서 본 세계를 충실하게 그려보려 했고, 그 관점은 우리가 공고하다고 믿고 있는 상징체계를 근원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전복적이다.
기존의 도덕과 윤리, 선과 악, 법과 폭력의 문제 등은 어쩌면 모두 기득권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방편으로 우리를 끊임없이 세뇌해 온 것일 수도 있다는 의문에 이 영화는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물론 조커의 관점을 정당하다고만 할 수 없는 것또한 당연하다. 영화는 기득권과 하층민의 이분법적인 대결 외에도, 조커와 조커 어머니의 생각이 정신적인 장애에 따른 망상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부분도 많이 있기 때문에.
예술은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던지는 것이라는 점에서--그 문제제기에 이미 상당한 답의 단서가 있겠지만--이 영화는 흥미롭다. 또 우리의 상징체계는, 다시 말해 우리의 현실은, 우리의 삶의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근원적인 존재를 옥죄고 있다는 측면, 어떻게 해도 부셔버릴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감옥 같은 것이지만, 또 우리는 그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넘어서 보려고 시도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인간의 이중적 고난 또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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