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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20년 -- 패배의 기록들(참좋은 탁구 0201/ 효성 탁구 0202/ GFS 탁구 0204 )

by 길철현 2020. 2. 3.


대구로 내려와서 3부에서는 그래도 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월 1일에 참가한 [참좋은 탁구 클럽] 토요 리그에서는 그런 믿음이 깨어졌다. 20일 정도 시합에 참가하지 않아서 감이 떨어진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지나친 자신감으로 게임을 좀 더 신중하게 운영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도닉 탁구공과 도닉 탁구대가 나에게 맞지 않기 때문일까? (도닉 탁구공과 탁구대가 지금까진 그런대로 잘 맞았는데.) 어쨌거나 이날 시합에서 나는 예선전에서 2승 3패를 해(지금까지는 거의 전승을 했다) 여섯 명 중 4위로 본선 리그에 올랐다. 1회전 상대는 6위로 올라온 6부(5부?) 펜홀더였는데, 이 분에게도 3대 2(마지막 세트는 11대 9로)로 신승을 했다. 그리고 2회전은 조 1위를 한 아마도 60대인 5부 분이었는데, 공이 약하긴 하지만 내 커트 공을 백드라이브로 걸어올릴 정도로 공을 다루는 것이 능숙했다. 첫 세트를 지고, 2세트는 아주 쉽게 이겼지만, 3세트를 다시 내주고, 4세트를 내가 따서 2대 2, 완전 시소 게임이었다. 5세트에서는 끌려가다가 9대 9 상황에서 내 서브였는데, 랠리가 진행되는 도중에 포핸드로 오는 어려운 공을 나는 참지 못하고 세게 스트록을 하다가 범실을 하고 말았다. 마지막 공도 상대방의 리시브가 까다롭게 넘어 왔고, 그 다음 내가 어렵사리 처리한 공을 이 분이 내 몸쪽으로 공략을 해서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 분이 서브를 제대로 띄우지 않는 것도 신경이 좀 쓰였지만, 하위 부수인 5부인 데다가 연배도 있고, 나 역시도 오픈 서브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뭐라고 말하기가 그랬다.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앞에서 말했듯이 요즈음 자신감이 넘쳐서 볼을 너무 강하게 친 것이 이 날의 패인이 아니었나 한다.]


명예 회복을 위해 그 다음 날 나는 효성 탁구장 리그전에 참가했다. 이 날 시합에서는 예선전에 1패만 해서 내가 그래도 3부 강이라는 것은 확인을 했다. 나에게 1패를 안긴 분은 3부 펜홀더 로터리를 치는 분으로 앞면은 평면이고, 뒷면은 롱이라 나에게는 까다로운 전형이었다(이 분은 전승으로 조1위를 했다). 조2위로 올라간 나는 관장님의 특이한 시드 배정으로 두 번이나 부전승을 거두고, 곧바로 3회전에 진출했는데, 내 상대는 예선전에서 붙었던 분과 비슷한 그런 전형이었다. 대신에 앞면이 미들 정도의 돌출 러버였다. 이 분에게 나는 2대 3으로 지고 말았다. 패인은 리시브 때 돌지를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길게 오는 서브를 돌아서 포핸드로 공격을 했더라도 질 수도 있었으나 그랬으면 아쉬움은 덜 남았으리라.)


성적에 목이 마른 나는 이곳저곳 리그전을 하는 곳을 찾아보다가, 본가 근처에 있는 GFS 탁구장(이 탁구장의 존재를 월요일에서야 알게 되었다. 집 근처에 운동할 만한 탁구장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이 탁구장을 발견하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에서 화요 리그전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명이 한 조로 된 예선전에서는 쉽게 조 1위를 했고, 본선 1회전도 가볍게 통과했으나, 2회전에 만난 4부 김홍균(셰이커)이라는 분에게 1대 3으로 지고 말았다. 서브가 상당히 까다로웠고 백핸드 스트로크도 강한 편이었다.


3번의 구장 리그전 참가는 내 탁구의 취약점을 그대로 노정시켜 준 그런 것이었다. 수비수와의 게임에서의 약점(요즘에 이것을 보완하려 애를 쓰고 있지만), 돌출 러버 그 중에서도 롱에 대한 처리의 미숙(수비수가 아닌 사람들 중에서도 나이든 분들이 이 러버를 사용. 이것에 대해서도 대처가 필요), 마지막으로 리시브의 문제 등이 처음 시합하는 사람, 그리고 특히 하수와의 시합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우승에 이르는 것이 나에게 큰 기쁨을 주지만, 패배는 나에게 숙제를 안겨준다. 그렇긴 하지만 40년을 탁구를 치고도 이러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고, 누군가의 말대로 난 지진아 수준(이런 말을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하겠지만)인지도 모르겠다. 이렇든 저렇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으니 풀어야 할 것이다. 부딪혀 보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