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1, 2회전에서 자꾸 떨어지다 보니까, 탁구에 대한 자신감도 뚝뚝 떨어졌다. 의욕 과잉으로 인한 수면 부족, 그에 따른 피로감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자꾸 무너져내리는 듯했다. 마음을 바꿔 운동을 한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리그전에 참가해 보려 했지만, 패배의 뒤끝이 좋을 수는 없고, 그것도 실력이 밀려서 지는 것이 아닌 듯한 것이 더욱 기분을 나쁘게 했다.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서 다시 한 번 [참좋은 탁구클럽] 리그전에 참가했다. 예선전 첫 게임은 지난번에 본선 1회전에 간신히 이겼던 이건하(6부 펜홀더)였다. 이 분이 그날 예선 꼴지를 하긴 했지만 실력이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디펜스 능력이 뛰어났고, 드라이브 한 방이 쎘다. 내가 스매싱한 공을 맞받아 치는 바람에 기가 죽어서 1대 3으로 지고 말았다. 나머지 분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무난하게 이겼지만, 이건하 씨가 5승 전승을 했기 때문에 조2위로 본선에 올라갔다.
본선 1회전에서 만난 금미현(5부)은 긴 서브는 무조건 공격을 했고, 그것이 들어오는 바람에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내가 드라이브로 선제를 잡아 스매싱을 할 찬스를 주지 않자, 게임은 수월하게 풀려가 3대 0으로 이겼다. 2회전(16강)에서 만난 이건진(5부 펜홀더)은 2세트까지는 원사이드하게 게임을 이끌어 나갔으나, 3세트를 내주고, 4세트에서도 듀스에서 지면서 저울추가 상대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던가? 어이없는 범실들을 하면서 점수차가 확 벌어졌다. 5대 10 상황에서 나는 디펜스 위주로 게임을 하면서 한 점 한 점 추적을 해나가 9대 10까지 따라갔는데, 상대가 내 백사이드로 푸시한 공을 내가 약간 들어올리자 스매싱이 들어왔고 내가 라켓을 갖다 대어 넘기기는 했으나 테이블 옆에 떨어지고 말았다.
패배가 습관이 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월요일에 [스마일 탁구장]에 운동을 하러 갔을 때도 복식과 단식을 모두 지고 나서 나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앞뒤 러버를 갈고 다음 날의 시합에 대비했다.
두 번째 참가하는 [GFS 탁구클럽] 시합이었다. 오후 쯤에 참가 신청을 했는데, 관장님이 "인원이 다 찼습니다, 오전 중에 신청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이 메시지를 보지 못해서, 나중에 관장님이 "시간이 되세요?"라고 물었을 때 무슨 말을 하는가, 오히려 의아해했다.
예선전은 5전 전승, 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장옥경(5부 셰이커 뒷면 롱) 씨는 공이 정말로 안 나와서 약간 애를 먹었다. 거기다 1세트 10대 9 상황에서 이 분의 공격을 내가 막아내어 공이 포핸드 사이드로 깊숙하게 빠져서 처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누군가 지나가는 바람에 노플레이가 된 것 때문에 짜증이 나서 게임이 더욱 안 풀린 것도 있었다.
본선 1,2회전은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를 했다. 3회전까지 올라왔으니 일단은 최근 들어서 가장 많이 올라온 셈이었다. 8강전 상대는 태상복(6부 셰이커)이라는 30대 정도?의 젊은 친구었다. 커트 서브를 넣고 리시브를 하면 드라이브를 깊숙하게 넣고, 또 이 친구의 꽤 강한 드라이브는 디펜스를 하고 해서 1,2세트는 쉽게 땄다. 하지만 3세트부터는 양상이 달라졌다. 이 친구는 드라이브 한 방이 좋은 것이 특징이었는데, 그냥 리시브를 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내 서브를 걸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나도 적잖이 당황했다. 토요일 시합이 되풀이었되는 양상이었다. 3,4세트를 내주고 5세트에 들어가서는 철저하게 짧게 넣고, 상대방의 서브는 리시브를 최대한 까다롭게 해서 범실을 유도했다. 5대 5 정도가 되었을 때는 게임이 내 쪽으로 넘어오는 듯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시소 게임이었다. 9대 9 상황에서 서브는 상대편에게 있었고, 상대의 커트 서브를 리시브하고 지킬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볼이 강해 9대 10으로 몰렸다. 그 다음 서브에서는 리시브 방향을 포핸드 쪽으로 틀자 상대방이 쉽게 미스를 했다. 이 친구는 디펜스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듀스 상황에서 공격으로 뚫으려고 했으나, 내가 디펜스로 막아내고(불확실함), 마지막 공은 리시브를 짧게 해서 범실을 유도해 승리를 낚았다(내겐 정말로 필요했던 입상이었다).
준결승전 상대도 최창권(2부 왼손 펜홀더)이라는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친구였다. 1세트는 쉽게 따냈고(11대 3), 2세트는 내주고 말았다. 서브가 좋았고, 내가 루프 드라이브로 선제를 잡으면 쇼트로 눌러버려서 게임이 쉽지 않았다. 3세트도 크게 앞서 갔는데, 어어하다가 듀스까지 몰리고 말았다. 하지만 듀스에서 내가 세트를 따내서 승리는 내 쪽으로 오는 듯했다. YG 서브는 맥도 못 추었고, 긴 서브뿐만 아니라 짧은 서브도 걸거나 건드려, 넣은 수 있는 서브는 커트 서브뿐이었다. 거기다 내 몸이 참 따라 움직여 주지를 않았다. 4세트를 내주고, 5세트도 8대 10 상황에서 서브는 상대편이었다. 백핸드 사이드로 오는 강한 회전 서브를 조심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역으로 커트가 좀 들어간 서브를 넣었고, 나는 리시브 미시를 해서 게임을 접고 말았다.
우승은 놓쳤지만 그래도 3위에 입상을 했으니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한 셈이다. 그리고, 탁구의 난조의 가장 큰 원인은 러버가 닳아서 안 그래도 회전력이 부족한 내 드라이브가 더 약해졌던 것이 아니었던가 한다. 몸에 무리가 갔던 탓인가, 허리 근육이 많이 뭉쳤다. 2,3일 쉬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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