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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사 영국문학

영시의 이해: foot(음보)와 metre(보격)

by 길철현 2020. 9. 7.

영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foot, metre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개념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이 foot와 metre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영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습니다. 

 

먼저, foot(음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foot는 주로 정형시에 있어서 소리(혹은 리듬)의 기본적인 단위로, 하나의 foot에는 강세를 받는 음절*(하나)과 강세가 없는 음절(하나 이상)이 들어 있습니다. 강세를 받는 음절과 강세가 없는 음절은 foot의 종류에 따라서 순서가 바뀔 수 있습니다. 

 

사실 강세를 받는다, 강세가 없다, 라는 말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강세가 없는 모음은 없겠지요. 편의상 강세를 받는 모음을 기준으로, 강세가 약한 모음을 강세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따라서 일음절의 단어에는 강세 표시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foot의 예에서는 좀 더 정확하게 약강, 강약 등으로 표기하고 있지요.

 

기본적인 foot의 예) iamb / iambic(형용사형)      ∪ ⁄ (약강)  [강세가 없는 음절은 ∪, 강세를 받는 음절은  ⁄로 표기함] 

                          trochee / trochaic(형용사형)  /  ∪ (강약)

                          anapest                          / (약약강)

                          dactyl                             /  /  ∪ (강강약)

 

대표적으로 네 개의 기본적인 foot의 예를 들었는데, 실제로 영시 중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정형시는 약강(iamb) 음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강 음보만 잘 기억하면 90퍼센트 이상의 영시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면 됩니다.  다음은 iamb(약강) 음보가 실제로 시에서 연속적으로 사용된 예입니다(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의 마지막 두 행).

       

                         ∪  ⁄       ∪    ⁄         ∪      /          ∪  /           ∪   /

                       So long as mencan breatheor eyescan see

                       

                        ∪   ⁄        ∪     ⁄       ∪        /       ∪     /          ∪    /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  to thee 

 

 

∥ 표시로 나눈 부분이 하나의 음보가 되는 것이지요. 인용한 행에서는 음보가 다섯 개가 사용되었네요.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라는 희곡에서 그 유명한 로미오의 독백 또한 약강 음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보통 활자로 된 것이 약음(강세가 없는 음절), 또 굵은 활자로 된 것이 강음(강세를 받는 음절)입니다. 여기도 약강 음보가 다섯 개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But soft! what light through yonder window breaks

 It is the east, and Juliet is the sun.” 

 

 

foot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metre(보격)는 무엇이고 foot와는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metre는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시행이 지닌 형식적인 리듬"입니다. 시행은 위의 예에서 보았듯이 음보로 나뉘고, 그 음보의 종류에 따라 리듬과 강세가 다릅니다. metre의 예는 다음과 같이 다양합니다.

 

                monometre(일보격, 한 행이 하나의 음보로 이루어진 경우)

                dimetre(이보격, 한 행이 두 개의 음보로 이루어진 경우)

                trimetre(삼보격, 한 행이 세 개의 음보로 이루어진 경우)

                tetrametre(사보격, 한 행이 네 개의 음보로 이루어진 경우)

                pentametre(오보격, 한 행이 다섯 개의 음보로 이루어진 경우)

                hexametre(육보격, 한 행이 여섯 개의 음보로 이루어진 경우)

                heptametre(칠보격, 한 행이 일곱 개의 음보로 이루어진 경우)

                octametre(팔보격, 한 행이 여덟 개의 음보로 이루어진 경우)

 

그렇지만 영시 중 대부분의 정형시는 pentametre(오보격)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앞에서 foot에서 설명한 것, 즉 정형시는 대체로 iamb(iambic, 약강) 음보를 지니고 있다는 것과 합쳐보면, 대부분의 영시의 시행은 iambic pentametre(약강오보격)로 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이 말을 무조건적으로 외우고 있어야 합니다). 다음에 예로 든 John Milton의 소네트를 분석해 보면 전형적인 iambic pentametre로 되어 있다는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시는 수학처럼 100퍼센트 딱 들어맞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어서 약간의 예외는 허용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When I consider how my light is spent,

Ere half my days, in this dark world and wide,

And that one talent which is death to hide

Lodged with me useless, though my soul more bent

To serve therewith my Maker, and present

My true account, lest he returning chide;

"Doth God exact day-labor, light denied?"

I fondly ask; but Patience to prevent

That murmur, soon replies, "God doth not need

Either man;s work or his own gifts; who best

Bear his mild yoke, they serve him best. His state

Is kingly. Thousands at his bidding speed

And post o'er land and ocean without rest:

They also serve who only stand and wait."

 

그렇다면 foot와 metre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일단은 두 용어는 관점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의미는 거의 같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다시 말해 foot는 foot 자체에 집중을 하는 관점이고, metre는 한 시행 전체에서 어떤 foot가 몇 개 사용되었는가를 보는 관점입니다. 

 

대부분의 영시는 약강오보격(iambic pentametre)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는데, 이 중에서 각운(end rhyme)*이 없어서 장시에 흔히 애용되는 시 형식이 blank vesre(무운시)입니다. 앨프레드 테니슨이라는 시인의 [율리시즈]("Ulysses")라는 시가 이 형식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지요. 

 

It little profits that an idle king,
By this still hearth, among these barren crags,
Match'd with an aged wife, I mete and dole
Unequal laws unto a savage race,
That hoard, and sleep, and feed, and know not me.

[이하 생략]

 

그리고, 두 행이 댓구를 이루를 시를 couplet(이행연구)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약강오보격으로 된 couplet을  heroic couplet(영웅시체 이행연구)이라고 하고, 영시에서는 신고전주의(Neoclassicism) 시기, 즉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말까지 특히 애용되었지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시인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의 [인간론]("An Essay on Man")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Awake, my St. John! leave all meaner things

To low ambition, and the pride of kings.

Let us (since life can little more supply

Than just to look about us and to die)

Expatiate free o'er all this scene of man;

A mighty maze! but not without a plan;

A wild, where weeds and flowers promiscuous shoot;

Or garden tempting with forbidden fruit.

Together let us beat this ample field,

Try what the open, what the covert yield;

The latent tracts, the giddy heights, explore

Of all who blindly creep, or sightless soar;

Eye Nature's walks, shoot Folly as it flies,

And catch the manners living as they rise;

Laugh where we must, be candid where we can;

But vindicate the ways of God to man.

[이하 생략]

 

이 글을 찬찬히 읽고 난 다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질문을 해주기 바랍니다. 

 

         [보충설명]

 

1) 혹시 음절 개념을 잘 모르는 학생을 위해 설명을 덧붙입니다. 

 

음절(syllable)은 발음을 할 수 있는 최소의 단위로, 한 음절은 보통 하나 이상의 자음이 모음의 앞 · 뒤에 결합합니다.

 

예) 1음절 단어 : ma, man, mend, stretch

     2음절 단어 : fa/ther, bro/ther, sul/ly

     3음절 단어 : beau/ti/ful, ma/neu/ver, ra/tion/al

 

2) 각운(end rhyme), 각운 구조(end rhyme scheme)는 영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또 다른 중요한 기본 개념입니다. 다음 기회에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