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대구 집을 떠나 서울에 갔다 오기로 했다. 다음 주 강의에 필요한 자료가 서울 집에 있는 듯했고, 종이 박스에 넣어둔 책들도 가져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무엇보다 좀 떠돌고 싶었다. 코딱지만한 남한 땅이지만 '떠돔'이 없는 삶이란 나에겐 견디기 힘든 그런 것이기에. 맥락이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마사이 부족인가는 감옥에 수감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는 그다지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특히 나의 이 방랑벽을 옥죄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도 봉쇄 조처가 내려진 것은 아니어서, 주로 혼자 차로 이동하면서 외진 곳을 찾는 나로서는 감염의 위험이 그나마 덜하다는 것이리라(가장 큰 문제는 식사이다).
늘 그렇듯이 대구에서 서울을 왕복한다는 대전제는 정해져 있지만, 그 중간 경로와 겪게될 일은 미정이었다. 내 나들이에서 가장 큰 변수는 즉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저수지를 중심으로 나의 눈길을 끄는 곳으로 가보는 것이다. 전국에 저수지는 거의 무한대라고 할 정도로 많고 저수지의 크기나 성격에 따라 그 저수지에 머무르는 시간도 천양지판이므로 호젓한 놀이로는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여기에서의 큰 변수는 사진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풍광을 영구화하는 방편으로서의 사진은 그러나 내 촬영 능력과 카메라의 수준 등의 미비로 결과물이 그렇게 신통하지는 않다. 사진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좋은 취미가 될 듯해 좀 더 그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은데, 기록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포항 [내연산 12폭포골]을 다시 찾을까 하다가, 두 번이나 탐방에 실패하고만 청송의 [주왕산 절골계곡]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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