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는 우리나라에서는 첫 확진자(1월 19일)가 나오고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서른 명 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거주하고 있는 대구에서는 그 때까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코로나 청청 지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2월 17일에는 모처럼 고등학교 동창 2명과 같이 낮부터 술을 마시면서, "우리가 이만큼 방역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메르스 학습 효과"라고 자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날 31번째 확진자가 나오고 난 다음부터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어머니는 3주 동안 문 밖으로 나가지 않다가 며칠 전에서야 재활용 쓰레기도 버리고, 아파트 공터에서 햇볕도 좀 쬘 겸 처음으로 외출을 했다. 개강은 2주 연기된 데다가, 2주는 또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공지가 와서 수업을 하러 서울로 올라갈 필요도 없게 되었다.
가만히 한 곳에 못 있는 성격인 데다, 나의 최애 취미인 탁구마저 못 치게 되자, 지난 2주 동안 점심을 먹고는 차를 몰고 대구 인근의 산들로 갔다. 지리산부터 해서, 가야산(가야산은 코로나19 사태로 산문을 닫은 상태여서 둘레길 일부만 좀 걸었다) , 비슬산, 앞산(이 이름에 현혹되면 안 된다. 앞산은 팔공산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산으로 높이가 658미터나 된다), 오도산(천 미터가 넘는 이 산은 정상에 중계소가 있어서 차를 몰고 올라갈 수 있다) 등 대구 인근에 한 시간 내외에 갈 수 있는 좋은 산들을 찾아 두어 시간 걷다가 돌아왔다. 이밖에도 개구리 소년 사건으로 유명한 와룡산 옆에 있는 궁산, 금계산, 그리고 송해공원 옆의 무명산, 노홍지 옆의 무명산 등 500미터가 안 되는 나지막한 산들은 정상까지 올라갔다 와도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적이 없는 곳을 찾으려 그랬는가, 원래부터 내 마음 내키는 대로 걷는 성격이라 그랬는가, 좁은 산길을 걷다보면 길이 끊어져 잡목과 가시 많은 나무들(그 대표적인 것이 붉은 빛깔의 찔레일 것인데, 나는 대학 시절 "찔레꽃"이라는 노래를 즐겨 불렀음에도 이 나무의 이름을 처음으로 뚜렷하게 인식하게 된 것은 어제 이 성곡저수지를 찾았을 때이다. 종류별로 색깔이 다르겠지만, 요근래 내 옷이며 손이며를 할퀴던 검붉은 빛깔의 가시나무가 바로 찔레나무였던 것이다(주1)
주1) 대학 시절 즐겨불렀던 이 노래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국민학교 시절에 "가을밤"으로 배웠던 노래이다. 가사가 애상적이라 마음에 들었지만, 이 노래가 내 귀에 쉽게 와닿았던 다른 이유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시절에는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으로 시작되는 그 가사는 배우지 않았던 것일까? 이 노래의 제목은 "찔레꽃"인가? "가을밤"인가? 누군가는 "찔레꽃"의 가사가 너무 슬퍼서 배우지 않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가을밤'으로 알고 있는
이 동요는 원래 시인 윤복진의 동시 '기러기'에 박태준이 곡을 붙인 것으로, 1920년에 작곡된 우리 동요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곡이다. 그러나 해방 후 윤복진이 월북했다는 이유로 어느 날 이 노래는 음악교과서에서 사라지고 이태선이 새로 가사를 쓴 '가을밤'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원곡의 개사 후 동요곡) 가을밤 이태선 작사 / 박태준 작곡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밤 고요한 밤 잠 안오는 밤 기러기 울음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
(원래의 동요곡) 기러기 윤복진 詩 / 박태준 곡 (1920년)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엄마엄마 부르며 날아갑니다 먼 산에 단풍잎 붉게 물들어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저 먼 나라로 엄마엄마 부르며 날아갑니다 |
느리고 구슬픈 가락에다, 가사마저도 애닯아 이 노래가 내 귀에 쉽게 와닿았던 이유는 그 멜로디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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