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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

이문열. [변경] 1-12. 문학과지성사

by 길철현 2020. 12. 2.

[긴 작품에 대한 짧은 감상]

 

모든 자전이 어쩔 수 없이 소설적이듯이 모든 소설 또한 어쩔 수 없이 자전적이다.

 

이문열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고, 80년대 중반 학번인 나는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걸쳐 그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 그의 출세작인 [사람의 아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로 월북한 지식인을 모델로 한 [영웅시대] 등이 기억이 나고, 또 90년대 초에 하숙집에서 [황제를 위하여]를 깔깔대며 읽은 기억이 난다. 거기다 87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자 그의 대표적인 단편(중편)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독후감 모집에 응모해 상을 받기도 했다. 이문열은 이후 중국의 고전인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등을 맛깔나게 번역해(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논술의 열풍을 등에 업고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그의 신작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예전처럼 받지 못하게 되었고(확신을 하기는 힘들지만) 정치적으로도 점점 더 보수화되어 날선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 년 전 쯤에 갑자기 이문열의 작가적 궤적에 대해 한 번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이 대하소설을 집어 들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영웅시대]가 625를 배경으로 이문열의 아버지 격인 이동영이라는 인물의 삶의 궤적을 사실(아마도)과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소설화한 작품이라면, 이 [변경]은 남한에 남겨진 그의 가족들, 즉 아내, 그리고 큰 아들 명훈과, 영희, 또 이문열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철이 월북자 가족으로서 겪게 되는 수난과 그 힘겨움을 이겨나가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아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명훈은 결국 젊은 나이에 살해되고 만다).

 

소설가로서의 이문열이 가진 장점은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과 "흡인력 있는 문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작품에서는 특히 자전적인 내용이므로 더욱 핍진성 있게 전개되어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인철이 겪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극화된 것이긴 하지만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읽는 가운데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감시의 대상이자, 연좌제 때문에 사회적인 제약 속에서 살아야했던 일가족의 개인사가 50년대 말의 정치 상황에서 60년의 419 혁명, 61년의 516 쿠데타, 거기다 농촌 사회의 붕괴 및 천민 자본주의로 일컬어 지는 서울 강남과 성남 등의 토지 개발 등의 한국 역사와 얼크러지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 분량면(12권)에서 보거나, 집필 기간으로 보거나, 작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로 보거나, 이문열 문학의 한 정점인 작품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는 한 가지 아쉬움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소설 전반이 갖는 문제이기도 하고, 또 내가 우리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 그것은 우리의 소설이 새로운 시도나 실험을 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도 이문열 특유의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담론들과 등장인물들이 겪게 되는 사건들의 흥미진진한 묘사(이것 또한 상당한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긴 하지만)들이 잘 버무려진 것 이상의 무엇을 찾기 힘들다(그렇지만 이문열의 반대편에 있는 대표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박상륭의 경우에는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나의 고정관념인지 우리 소설의 한계인지 진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 년을 미룬 독후감을 붓이 가는대로 몇 자 적고 이제 이문열은 박스 속에 넣어둘 것이다. 다시 찾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 [영웅시대] 후속편

 

[1권] 

47) 명혜 -- 여성적인 아름다움의 한 이데아 (인철)

84) 명훈 -- 경애 -- 모니카 -- 경진

89) 영희 -- 형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다가 회상으로 가는 수법(단순함) 

사변적인 대화

313) 삶이란 쓰디쓴 시간 때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단정(인철)

 

[2권]

15) 인민

229) 돈 들고 줄만 서면 되는 대학

 

[3권]

7) 언어의 장인/ 작가로서의 감상들을 직접 적은 수필적 글들

87) 미래에 대한 전망의 결여

109) 극우 파쇼에 가까운 군사 정부

 

[4권]

32) 모든 자전이 어쩔 수 없이 소설적이듯이 모든 소설 또한 어쩔 수 없이 자전적이다.

49) - 의식 수준이나 언어 선택 수준이 높음. 이문열의 수준. 

75) 영락 의식. 유적감

140) 월북자, 부역자 자식들 -- 아버지와 그의 이념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당계. 흥미와 동경의 단계

 

[5권] 

125) 여자라는 거는 시집가기 전에든 뒤든 정조가 목숨이라.

 

[9권]

9) 코로나/ 새나라

250) 천민자본주의/ 산업 정신

 

[11권]

206) 도달 불가능한 것에의 지향? [명훈 - 황석현]

    이 세상에서는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이 없다. 

 

[12권]

179) 이 사회의 권력 현상에는 우리 몫이 전혀 없다는 것을 언제나 명심해라.

200) -이명훈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