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포함하여 샘 맨데스의 영화는 지금까지 모두 여섯 편을 보았다. 그 중 두 편은 007 영화였는데, 특히 [Skyfall]은 007의 노쇠와 인간적 고뇌 등을 담아내 오락용에다 성적 편견을 조장하던 이전의 007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오래 되어서 확신이 잘 서진 않는다). 그 결말이 충격적이었던 [어메리칸 뷰티], 그리고 독특한 촬영 기법으로 전쟁의 참혹성을 감정적 과잉없이 보여준 [1917]의 여운을 이어가고 싶었던가? 2002년작인 이 작품도 다운을 받아 보았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전개가 탄탄하지만, 한편으로는 만화적인 상상력과 그 한계, 또 상투성도 드러나는 그런 작품이다. 영화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고난의 시기였던 1930년대 초를 배경으로 갱단에 속한 한 인물과 그의 가족이 겪는 불행과 그 복수의 과정을 흥미롭게 엮어나간다(미국의 30년대가 잘 상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미국이 그럴 듯하게 재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마이클의 아들이 대합실 같은 곳에서 아버지를 기다릴 때 거기에 앉아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신문을 펼쳐보고 있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이클 설리번(톰 행크스)이 맞닥뜨리게 된 불행은 보스의 아들의 살인 장면을 자신의 아들이 보게 되는 것에서 촉발되지만, 갱단 내에서는 사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보스의 아들이 설리번과 설리번 가족들을 살해하려고 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한 개연성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마이클이 자신의 복수를 하고 난 다음 암살자의 손에 살해당하면서 암살자도 그의 손에 죽는 마지막 장면은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시종일관 냉철함을 잃지 않고 있지만 결국에는 마이클 자신도 보스의 말처럼 "살인자"인 갱스터라는 점, 그러면서도 자신의 자식은 자신과는 다른 길을 밟기를 원하는 부분은 "가족 이기주의"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 아들이 겪은 사건들이 얼마나 큰 트라우마로 작용할지, 그가 살아가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듯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잘 만든 '갱스터 오락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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