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도전 정신은 때로는 죽음도 불사한다. 등반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고산과 험한 직벽을 정복하려는 사람들의 강한 의지는 성취의 기쁨을 전해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죽음이라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그리고, 이 등반 과정을 화면에 옮긴 산악 영화들도 여러 편 있는데 1991년에 나온 [K2]가 전자의 예라면, 2015년에 나와 큰 인기를 얻었던 한국 영화인 [히말라야]는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한다.
2008년에 나온 이 독일 영화는 스위스 알프스의 최대 난코스이자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36년까지는 그 누구도 등반에 성공하지 못했던 아이거 북벽(Eiger North Face/ Nordwand)에 도전한 네 명의 인물(독일 영화여서 초점은 두 명의 독일인(나머지 두 명은 오스트리아인)에 더 맞춰져 있고, 영화적 재미를 위해 수습 신문 기자와 마지막으로 죽게 되는 토니 쿠르츠와의 허구적 로맨스를 삽입하기도 했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훈련 등반 중에도 한 명이 죽었다고 한다)이 등반을 시도하다 부상과 악천후로 하산 도중 모두 죽게 되는 과정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현실이라는 것이 동화적일 수 없고, 자연은 인간의 희망과 기대와는 무관하게, 하디의 용어를 빌자면 "내재 의지"(Immanent Will)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의 의지는 강건하지만,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개척자로서, 좀 더 진중하고 철저한 계획이 있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실제로 그들이 그랬는지는 잘라 말하기 힘들고, 영화에서 그런 면이 부각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모한 시도를 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것이 원래 등반에 참가하려 했던 열 명의 등반가 중 나머지는 악천후 때문에 등반을 포기했다는 사실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또 영화에서는 이들의 정치성[당시가 나치가 정권을 잡고 있던 시기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보다는 등반가로서의 도전 정신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독일 국민의 위대함이나 자부심이라는 측면과 무관하다고 잘라 말하기도 힘들다. 좀 더 정확한 해석은 이 두 사람의 행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모험에는 항상 어느 정도 도박의 요소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영화적으로 진중하고 계획적인 토니와 과감하게 시도를 하는 행동파인 앤디의 대비는 상보적이면서 동시에 영화의 전개를 흥미롭게 만든다. 거기다 이들을 취재하는 기자들, 기삿거리에만 집착하는 상사 헨리와 기자로서 성공을 갈망하지만, 인간적인 공감대에 좀 더 집중하며 위험을 무릅쓰는 루이즈의 대비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들의 시도는 죽음으로 막을 내렸지만 인간의 발길을 허여하지 않던 아이거 북벽은 2년 뒤 독일과 오스트리아인들의 연합팀에 굴복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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