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그밖의영상들

당갈--니테시 티와리[인도, 2016]

by 길철현 2021. 1. 6.

당갈은 힌두어로 '레슬링'을 뜻한다고 한다. 인도 영화인데, 레슬링, 그것도 여자 레슬링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일단 관심을 갖게 한다. 거기다 이 영화가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는 점 또한 관심을 배가시키는 요소이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참 잘 만들었다'가 될 것이다. 못 다 이룬 자신의 꿈을 딸을 통해 이루려는 아버지의 집념이 딸들의 재능과 결합되어 그 꿈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을 160분이라는 긴 시간이 언제 지나가는지 모르게 군더더기 없는 에피소드로 풀어내었고, 또 영화의 내용과 맞물린 노래들도 흥겹고 재미 있게 다가온다. 덧붙여 단순히 카메라 기술이라고만은 볼 수 없고 배우들의 레슬링 장면 또한 자연스럽게 재현해 내었다(이건 물론 내가 레슬링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겠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영화 속에서도 나오듯이 성차별이 아직도 심한 인도에서 '여성의 자아 성취'라는 좋은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가족 영화, 동화적인 영화의 한계에 안주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품게 한다. 대표적인 예는 주인공인 아버지의 탁월함을 보여주기 위해 대표팀 감독을 얼간이에다가 비열한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분일 것이다. 바꿔 말해 이 영화는 가족애, 개인적 자질, 그리고 성실함이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요소 외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주는 것이 없다. 

 

영화를 볼 때 재미와 위안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조차 주지 못하는 영화들이 많은 것을 생각할 때 이 영화는 이 두 부분에서 분명 합격점을 훌쩍 뛰어 넘은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다 보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우리는 영화가 현실과 이어지는 부분, 그러니까 즐거움뿐만 아니라 참담함까지도 포함하는 현실의 다면성과 얼마나 연결되는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이 이 잘 만들어진 팬터지를 보고 난 뒷맛을 다소 씁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