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용 영화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이 아닌 다른 사람의 원작, 그것도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원저자인 카도노 에이코의 작품과 영화의 원래 제목은 [마녀의 택급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친근한 용어인 배달부로 바꿨다.
이 작품을 보면서 우선 든 두 가지 생각은 프로이트의 잘 알려진 말, "건강한 사람은 일과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과, 콜리지의 말로 유명한 예술 작품을 향유할 때 필요한 태도로서의 "불신의 유예"(suspension of disbelief)라는 말이었다. '하늘을 나는 마녀'라는 소재 자체가 믿을 수 없는 것(불신)이지만, 그런 대상이 있다는 가정에서 이 만화 영화는 출발한다(역사적으로 볼 때 마녀는 대체로 그 시대의 압박감 때문에 희생양이 된 경우가 많은데도 [메리 포핀스]나 [해리 포터]는 마법에 대한 우리의 이끌림과 맞물려 엄청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소녀가 추락 위기에 처한 비행선보다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할 일이지만, 그 사실은 이 만화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관객들 모두 그런 인물이 있다는 가정 아래 다른 것들은 대체로 현실성있게 그려진다. 아니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보자면 공간적 배경은 유럽인데, 등장 인물들은 국적을 알기가 어렵고, 시간적으로 여러 시기가 겹쳐진 모양새다. 이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의 배경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지 않은 평행세계의 유럽"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쨌거나 이러한 믿기 힘든 배경, 즉 불신을 유예한다면 이 작품은 전형적인 성장기이고, 삶의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13살 마녀인 키키는 자신의 일과 사랑을 성취해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마녀인 키키가 중간에 날지 못하게 된다는 설정이 다소 참신하고, 우연찮게 만나게 된 숲에 거주하는 화가 우르술라로부터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받기도 하면서, 그 나이의 여자 아이가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 [천공의 성 라퓨타] 등이 보여주는 인간과 환경의 문제같은 심각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여성 관객들이 특히 공감할 만한 그런 요소들을 잘 녹여낸 듯하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은 만화 자체뿐만 아니라 음악 등 다양한 요소들이 상당한 자본과 결합해서 생산된 상품이라는 걸 새삼 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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