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여섯 번째 극장용 만화 영화인 이 작품은 주로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이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돼지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중년의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솔리니가 권력을 장악한 1929년 이탈리아라는 구체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몇 가지 점에서는 그의 이전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먼저 해적(비행정을 이용해 약탈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공적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을 호의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사실은 [천공의 섬, 라퓨타]에서 해적을 호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천공의 섬, 라퓨타]에서는 해적 선장을 지략과 기개가 넘치는 여성으로 설정한 점이 특이하다). 인간을 극단적인 참혹성으로 몰아넣는 전쟁과, 그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 권력에 대해서는 시니컬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비판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바꿔 말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해적에게는 다소 상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잣대로 접근하고, 국가 권력과 전쟁의 참상은 아주 현실적인 태도로 다가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에 진행 중이던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전쟁 중에 벌어진 민간인 살해 등의 참상을 생각해 본다면 그의 이러한 태도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그 다음으로 남자 주인공인 포르코가 동년배인 여성 지나와 아주 어린 여자인 피오로부터 동시에 사랑을 받지만 결국에는 고독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은 그의 첫 극장용 영화였던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에서 주인공이 동년배의 여성과 칼리오스트로의 공주인 어린 여성으로부터 동시에 사랑을 받으면서도 결국에는 두 여자 중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 것과 거의 흡사하다. 그러고 보니 루팡 3세가 도둑이면서도 정의를 구현하는 아이러니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 또한 도둑이나 해적 등에 대해 낭만적이고 호의적인 시각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는 1차 세계 대전 중 조종사로서 사선을 넘나들어야 했던 한 인물, 그 한 극한에서 돼지(돼지는 동료들이 다 죽고 자신만이 살아남은 것에 대한 자괴감이나, 인간이 인간에 대해 그토록 잔인할 수밖에 없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을 겪고 난 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생각된다)로 변하고만 중년의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주된 관객층을 어린이가 아니라 성인으로 하고 있지 않나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영화를 두고 "중년이 되어버린 자신을 위한 영화"라고 했는데, 그런 극한 체험을 겪고난 뒤 고독하게 살아가는 인물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웅성'을 띤 그런 인물로 묘사되는데, 남다른 비행술로 타인들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더 나아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그런 것처럼 비행정이 스피디하게 나는 모습, 전투 장면 등에 공을 들인 것에 있어서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평소에 비행기나 나는 것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도 엿볼 수 있다.
[연상]
[참고]
- 중년 남성 주인공: 중년이 되어버린 자신을 위한 영화?
- 비행기 마니아
- 좋은 놈들은 다 죽었어(인간/ 피오 - 희망)
- 스티니바 동굴 :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 아드리아 해, 북부 이탈리아.
- 유고슬라비아
'영화 그밖의영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감상 (0) | 2021.05.24 |
---|---|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 미야자키 하야오(1997) (0) | 2021.04.28 |
마녀 배달부 키키 -- 미야자키 하야오(1989) (0) | 2021.04.07 |
이웃집 토토로 -- 미야자키 하야오(1988) (0) | 2021.03.31 |
이웃집 토토로 -- 미야자키 하야오(1988) (0) | 2021.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