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만히 있자니 좀이 쑤셔서 대지가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는 날인데도 집을 나섰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신동재에서 내비로 본 소류지였다. 신천대로를 달리다 매천대교를 건너 매천로를 달리다 S오일에서 바닥을 기는 기름을 보충하고(리터당 1618원. 하루하루 기름값이 오르고 있다) 태전고가교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빠진 다음 좌회전, 4번 국도 태전로를 탔다. 중앙고속도로와 만나기 직전 지당지를 지나고, 낙산삼거리에서 우회전 신동재로를 탔다. 여기까지는 어제 엄마와 낙산지를 찾았을 때와 경로가 똑같다. 어제는 추동교를 지나자말자 우회전을 했고, 오늘은 직진이다. 신동재는 예전부터 한 번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다가 엄마와 함께 6월 5일에 신동재로 이어지는 길인지도 모른 채 우연찮게 들르게 되었다. 신동재는 국내 아카시아 최대 군락지로 유명한 모양이다. 나는 5.2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고갯길이 청도 팔조령처럼 새로 도로가 나기 전의 구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인터넷에서는 그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신동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반창의 고향이라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새 도로가 나기 전에는 신동재로 다녔다고 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법정지]는 연호2리 끝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지니 내비가 가르쳐준 대로 [신촌교회] 옆 도로(신촌교회로 잘못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를 탔더니 어중간한 곳에서 다왔다고 나왔다. 신동재 고개 정상 부근에 위치한 이 마을은 축산 농가가 많은지 방역상 출입금지 구간이 많았다. 어쨌거나 산중턱에 동떨어져 마을이 조성되어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내비의 말을 무시하고 연호2길을 따라 계속 나아갔다. 그런데, 아래에서 큰 트럭이 우회전하고는 내 차를 못 보았는지 소로로 접어들려 하고 있었다. 내가 경적을 울리자 그제야 넓은 공간으로 차를 옮겼다. 아래에 나오는 게이트볼 장에 이르자 포장도로가 끝이 나고 비포장이어서 나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려 했는데, 이내 포장도로가 나와 다시 차를 몰고 저수지로 향했다. 연호6길과 만나는 곳에서 좌회전하여 조금 나아가니 법정지가 나왔다(갈림길에서 얼핏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보기도 했으나 무시하고 갔다).
저수지는 전체가 개구리밥으로 덮여 있는데 오리 한쌍이 유유히 가장자리로 헤엄을 쳐가고 있었고 큰 새 한 마리도 수면 바로 위로 날고 있었다. 법정지에서 길이 끊어지면 돌아서 상납1길을 타고 내려갈 생각이었으나 길은 연호2리로 이어져 있었고 좁고 난코스가 좀 있긴 했지만(쉬운 구간은 큰 공사중이었다) 다시 연호2길을 타고 신동재로 나왔다. 산 중턱에 동떨어진 마을이라는 점 때문인지, 방역 때문인지, 출입금지의 팻말이 여기저기 보여서인지, 좁고 구불구불한 길 때문인지(시골 마을 길이 대체로 그렇긴 하지만 여기는 그 정도가 심했다), 아니면 초입에 있는 [칠곡기독의원]이 문을 닫은 한 것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이 마을은 좀 이상야릇한 느낌을 주었다.
고개 정상 부근에 있는 식당들은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달리 문을 닫은 곳도 있고 문을 연 곳에도 손님은 없는 듯했다. 이 때 시각은 12시 반 정도.
덕산삼거리에서 왜관 쪽으로 우회전. 그 다음 목적지는 지천면 창평리의 창평지였다. 지천면은 지천지 때문에 친숙해진 곳인데, 지천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창평지도 제법 규모가 있는 저수지라 한 번 찾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지천지에 갈 때 몇 번 이용한 923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가 안내판에 전에도 몇 번 본 [신동입석]이 눈에 들어와 이번 기회에 찾아보았다.
선사 시대의 유물하면 고인돌이 먼저 떠오르는데 입석은 처음 본 듯하다. 안내문에 적힌 대로 "지역 간의 경계를 나타내거나 신앙의 대상물 또는 마을의 나쁜 기운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라면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상징성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5,6천 년 전, 혹은 몇 만 년 전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았는지, 그들을 만난다면 인간으로서의 동질성이 두드러질까, 아니면 차이점이 먼저일까?
지천로를 따라 달리다 우회전하여 창평로로 들어섰는데, 내비에 또 소류지가 하나 보여 그쪽으로 차를 돌렸다.
그렇게 찾아간 [소복지]는 사유지이자 양식장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낚시는 고사하고 출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멀리서 보아야만 했다.
창평로를 따라 계속 달리자 창평지가 제방부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물이 맑은 이 저수지는 인근 지천지의 3분의 1 정도 크기에 지나지 않지만 상부의 집과 적당한 높이의 산들과 어울려 보기 좋은 풍광을 선사했다. 모양은 전형적인 계곡지인데 오른쪽이 엄지손가락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이하다. 이
저수지 제방을 따라 [한티가는 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제방을 반쯤 걸어가면서 저수지를 카메라에 담았는데, 차에서 내리자말자 후끈거리는 열기가 전해져와 재빨리 차로 돌아왔다.
창평지 위에 소류지가 하나 있어서 가보았는데, 이 소류지는 개인 사유지 내에 있어서 들어갈 수도 없었고 길에서는 나뭇잎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연잎이 저수지를 가득 덮고 있었다.
나는 이 안쪽으로는 연결도로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도로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차를 몰고 오르막을 올랐다. 극락사를 지나 창평로가 백송로와 만나는 곳에서 좌회전을 했다. 송산2길 쪽에 칠전지가 보여 따라갔더니 [화남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매립되어 없어지고 말았다.
백송로를 따라서 계속 나가자 [청구공원] 묘지가 나왔다. 예전에 밤에 이 길을 한 번 지나간 기억이 있는데 확실치는 않다. 엄청난 규모의 이 공원묘지 아랫쪽에 [청구지]라는 소류지가 내비에 보여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고 도로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이 무더위에 저수지까지 걸어갈 엄두가 안나 차를 몰고 나아갔다.
공원묘지 한 구석에 위치한 이 저수지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하고 물빛도 묘한 빛깔로 탁했다.
공원묘지가 끝나는 곳 북쪽에는 백운지가 있어서 그곳도 찾아보았는데 들어가는 곳 입구가 반쯤 막혀 있고 사유지로 폐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곳은 제법 마을을 이루고 있었는데, 백운지 제방 아래는 표고차가 상당한 계곡이라 좀 아찔한 느낌이었다. 백운지는 청구지에 비해 물도 깨끗하고 다소 깔끔한 인상이었다.
올라올 때와는 다른 길로 돌아나왔는데 새로 포장한 콘크리트도로가 넓게 나 있었다.
내가 달린 백송로가 어디로 이어지는가 했더니 923번 지방도로와 다시 만났다. 지천지에서 달서저수지(황학지)로 이어지는 구간이었다. 오후 4시 반쯤에 누군가를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이 쯤에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지천지 쪽으로 좌회전을 했다.
지천로를 따라 백운경로당, 삼보사 등을 지나 내려오는데 내비에 저수지가 또 하나 떠서 찾아가 보았다. 지니 내비와 카카오 내비에는 저수지 이름이 나오지 않았지만, 집에 와서 네이버지도를 검색해보니 달서지라고 나온다. 황학리에 있는 달서저수지(황학지)와 혼돈이 있을 듯하다. 농로를 따라 올라간 저수지는 물도 검고 주변 풍경도 별로 볼 것이 없다. 다만 이 길 또한 [한티가는 길] 구간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지천지는 지난겨울과 올 봄에 찾았을 때는 물이 상당히 맑았는데 장마 등으로 물빛이 좀 탁해졌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을 보니 내 마음까지도 경쾌해지는 듯했다.
이언천 위 덕산교를 지날 때 내비에 [연호낚시터]가 떠서 차를 세우고 찾아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집에 와서 조사를 해보니 2018년에 폐쇄되었다고 한다.
집에 가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금호사수에서 국수로 간단하게 때우기로 했다. 대구에서는 [잔치국수]가 대체로 4천 원인데 입맛이 별로 없는 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게 한 그릇을 비우면 배도 든든하고 가성비 면에서는 갑이었다.
한 번 말라버린 저수지는 비가 와도 잘 채워지지 않는 것인지 사수동의 [새터지](대동저수지)는 지난번에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라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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