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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호수행

명덕저수지[울산 동구 서부동](210725 폭포, 호수, 그리고 바다 4)

by 길철현 2021. 8. 14.

(저수지 소개) 우연인지 필연인지 울산 앞 바다로 가는 길에 만난 저수지. 중형 정도의 크기이나 수원지라서 물이 맑은 것은 기본이고, 염포산 자락을 끼고 있는 둘레길도 걷는 이의 발걸음을 상쾌하게 한다. 거기다 저수지가 산 안쪽으로 밀고 들어간 두 곳은 신비로움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이 두 곳을 지나는 다리와 정자 등 잘 관리되고 있는 저수지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울산을 대표하는 저수지로 손색이 없다고 감히 말해 본다.  

 

(여행기 계속) 옥동저수지에서 나온 다음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엔 이른 시각이니 울산까지 온 김에 동해나 한 번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다시 남부순환로를 달려(이날 벌써 세 번째로 지나는 길이었다) 선암호수공원 옆길을 지났다. 신선터널과 선암터널이 있는 이 길은 개통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차에 내장된 지니맵에는 나오지 않았다. 산업로를 지나 장생포쪽으로 향하다 보니, 2018년에 [대왕암]에서 막내 동생을 울산역으로 데려다 주다가 길을 잘못 들어 건너게 된 울산대교가 보여 그 다리를 건넜다.  

울산대교. 2015년에 개통한 1.8킬로 길이의 현수교.

 

차를 몰고 있는 곳이 방어진 부근이라는 걸 깨닫자 울산에 처음 놀러왔을 때가 문득 떠올랐다. 입대하기 얼마 전인 1986년 가을 쯤이 아닌가 한데 일기에선 찾을 수가 없다. 방어진이 유명하다는 말만 듣고 고속버스인지를 타고 들렀던 것인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바다여서 실망만을 안고 대구로 돌아왔다. 다만 돌아오는 길에 울산의 한 조선소인지에서 일하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직장 생활의 힘겨움과 나의 대학 생활 등에 관한 이야기였으리라)은 좋은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방어진순환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내비에 명덕저수지가 떴고, 저수지 모양도 흥미롭고 해서 찾아보기로 했다. 사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찾아가긴 갔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앞 교차로]에서 [울산대학교병원]을 지나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가다가 유턴에 가깝게 우회전해서 저수지로 내려갔는데 그곳은 차가 통행하지 않는 곳인 듯했다(내비엔 도로가 있는 것처럼 표시하고 있었다). 기왕지사 내려온 것 다시 올라가기도 그래서 등산화에 뭍은 흙 등을 청소하는 '고압 분사기'(영어로는 에어건이고, 우리말로는 흙먼지털이기이다)가 있는 곳 옆에 차를 주차하고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탁구와 요가 등으로 육체적으로 피로한 상태였고 그래서 오늘은 무리한 운동은 안 하기로 했건만 무더위에 꽤 많이 걸은 상태에서 다시 또 걷기 시작했으니 다리가 무겁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이 저수지는 그야말로 잭스팟이었다. 그리고, 언제 이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으나, 이 저수지를 발견한 것이 우연인 듯하지만 어쩌면 내 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기억을 좇아 찾아온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2018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좀 지나친 듯하긴 하지만, 대왕암 근처에 숙소를 잡고(베스트빌리지 VI아파트?) 이 부근을 돌아다니다가 이 저수지를 내비에서 보고 가보고 싶었지만 가족들 때문에 못 갔던 기억이 사실인 듯 상상인 듯 떠오르고, 그게 아니라면 최근에 카카오맵에서 울산을 보다가 이 저수지를 보았던(그렇지만 망각하고만) 기억을 좇아서 온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나는 돌안길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한낮의 무더위가 좀 가신 4시를 좀 넘긴 시각이라 꽤 많은 분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고, 나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안내문) 이 지역의 지명은 돌안골이며, 지명을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이용자들로부터 지역에 대한 애전과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돌안정]이라 한다.
조지훈의 "민들레꽃"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시인데, "국화옆에서"와 나란히 있으니 저절로 눈이 간다.
못이 산 안쪽으로 밀고 들어간 곳
달맞이교

 

(안내문) 고요하고 아담하며, 한가로운 풍치가 있는 정자라는 뜻으로 [아한정]이라 한다. 
못이 산 안쪽으로 밀고 들어간 곳. 오른편의 바위들이 인공적으로 조성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해맞이교. 두 다리의 이름도 재미있게 잘 붙였다.

크기에 비해 한 바퀴를 도는 데에는 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몸이 점점 더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내 마음을 훔쳐간 저수지로 가을 쯤에 다시 한 번 찾아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