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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리처드 도킨스 - 신, 민들어진 위험(Outgrowing God). 김명주. 김영사. 2021

by 길철현 2021. 12. 15.

[서평]

한 십 년 전쯤(좀 오래되고 정확한 기억이 없는 일들은 대체로 십 년 전이라고 적는다) 리처드 도킨스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이기적 유전자](1976)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어렴풋한 대로 그 주된 내용은 생물의 진화에 있어서 주체가 되는 것은 유전자이며, 진화는 유전자의 증식 혹은 복제 속에서 일어난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당시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적어두지 않아서, 기회가 닿는다면 영어본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이다. 당시 30대 중반에 지나지 않았던 그의 책이 전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온 것은 그가 학문적으로 혁신적인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아니라, 다윈 이후 발달해 온 진화론, 특히 유전자 이론을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논리적이고 흥미롭게 전개해 나갔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그의 저서들은 다수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 때 나는 그의 글이 명료한 대신에 깊이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이성 중심적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다윈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그의 책을 먼저 읽어나가야 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선회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집 근처에 있는 알라딘을 찾았는데  이 책을 비롯하여 원서도 세 권이나 있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구입을 했다.

 

청소년 독자들을 주 타겟으로 한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신, 그 중에서도 특히 기독교의 신 관념이나, 성서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명료하게 밝히고 있고, 2부는 진화론의 증거들을 예시하고 있다. 특히 그는 기독교의 신이 전지전능한 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성경 구절 자체에서 예를 들어 열거하고 있고,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 등이 역사가 아니라 신화임을 분명하게 말한다. 

 

아담과 이브 이야기, 노아와 방주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다. 교양 있는 신학자들 가운데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비슷한 이야기처럼 그 이야기들도 그야말로 '신화'다. 신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떠 신화는 아름답고, 대부분의 신화가 흥미롭다. 하지만 신화는 역사가 아니다. 불행히도, 특히 미국과 이슬람 세계의 교육 받지 못한 많은 사람이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민족은 신화를 가지고 있다. 내가 앞서 언급한 두 가지는 유대인의 신화인데, 그 이야기들이 전 세계에 매우 잘 알려진 것은 우연히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신성한 정경에 담겼기 때문이다. (78)

 

더 나아가 페일리의 유명한 논증, 시계와 시계 제작자의 논증이 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증명이라고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임을 이야기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 예를 들자면 눈의 결정 등도 우연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우리는 거기에서 신의 존재를 도출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또 페일리의 논증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는 '시계공' 자신이다. 시계를 만든 시계공은 어디에서 왔는가? 시계를 제작할 정도의 능력을 지닌 존재라면 시계보다도 더 뛰어나고 복잡한 존재일 텐데 우연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단 말인가? 바꿔 말해 신이 어떻게 해서 우주보다 먼저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방도가 없다(좀 더 조리있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페일리는 자신의 시계공 논증이 신의 존재를 입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그 논증은 정반대 방향, 즉 신의 존재를 반증하는 쪽으로 향한다. 본인은 몰랐지만, 페일리는 유창하고 설득력 있게 자기 무덤을 파고 있었던 것이다. (241)

 

이 책 전반에 대한 인상은 도킨스는 기독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주 명료하게 밝히고 있으나, 진화론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명료성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먹고 있는 식물들이 계속 개량되고 있다는 점이나, 가축들(가장 두드러진 예는 개가 될 것인데)에 있어서 보이는 변이나 다양성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발췌]

 

1부 신이여, 안녕히

17) 조로아스터교 - 아후라 마즈다(선의 신)/ 악의 신(앙그라 마이뉴)

24) 엄밀히 말하면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반증 불가능 : 러셀 - 찻주전자가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다

36) 복음서의 저자가 누구인지 모름/ 수십 년 뒤에 쓴 것임

38) 마크 트웨인 -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말은 지구 반 바퀴를 돌 수 있다

46) 동정녀 - 알마(히브리어 almah) : 동정녀라는 뜻이 있지만 '젊은 여인'이라는 뜻도 있다. 

그리스어로 파르테노스 parthenos(동정녀) : 단순히 번역 오류가 세계적인 '성모 마리아'의 신화를 낳음. 

53) 유다의 배반은 사실상 예수가 신의 계획을 실현하도록 도운 것이었다. 그는 예수와 신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었다. 

65) 여호수아 - 태양을 멈춤

76) 길가메시 서사시 - 대홍수

78) 아담과 이브 이야기, 노아와 방주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다. 교양 있는 신학자들 가운데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비슷한 이야기처럼 그 이야기들도 그야말로 '신화'다. 신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떠 신화는 아름답고, 대부분의 신화가 흥미롭다. 하지만 신화는 역사가 아니다. 불행히도, 특히 미국과 이슬람 세계의 교육 받지 못한 많은 사람이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민족은 신화를 가지고 있다. 내가 앞서 언급한 두 가지는 유대인의 신화인데, 그 이야기들이 전 세계에 매우 잘 알려진 것은 우연히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신성한 정경에 담겼기 때문이다. 

83) 몬티 파이선의 영화 <브라이언의 일생>

89) 피그미족 창조 신화 - 아담과 이브 이야기 유사성

[길철현] [오후 12:27] 야훼는 질투하시며 원수를 갚으시는 신이시다. 야훼께서는 원수를 갚고야 마신다. 적에게 분풀이를 하고야 마신다. [나훔] 1장 2절

[길철현] [오후 12:27] 너희는 다른 신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 나의 이름은 질투하는 야훼, 곧 질투하는 신이다. [출애굽기] 34장 14절

[길철현] [오후 12:29] 그러나 너희 하느님 야훼께 유산으로 받은 이 민족들의 성읍들에서는 숨 쉬는 것을 하나도 살려두지 마라. [신명기] 20장 16절

[길철현] [오후 12:29] 당장에 가서 아말렉을 치고 그 재산을 모조리 없애라. 남자와 여자, 아이와 젖먹이, 소 떼와 양 떼, 낙타와 나귀 할 것 없이 모조리 죽여야 한다. [사무엘상] 15장 2절

[길철현] [오후 2:13] 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성안으로 들어오시다가 마침 시장하시던 참에 길가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을 보시고 그리로 가셨다. 그러나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 나무를 향하여 "이제부터 너는 영언히 열매를 맺지 못하리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무화과나무는 곧 말라버렸다. [마태오의 복음서] 21장 18절

110) 판관기 - 딸을 제물로 바침/ 아브라함 -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함. 

115) 예수의 산상설교 - 산상수훈

122) 유대인에 대한 루터의 병적 증오

141) 초기 그리스도교 광신도들 - 우상 파괴/ 예술 작품 파괴

161) 예수는 나쁜 사람이었다기보다는 그 시대 사람이었을 뿐이다. . . 그의 지혜는 여러 면에서 인상 깊었지만, 신이 아니라 그 시대 훌륭한 사람의 지혜였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긴 했지만 그저 사람일 뿐이었다. 

169) 헉슬리, 링컨 - 인종 차별적 발언 (1871/1858)

173) 스티븐 핑커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2부 진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210) 동물이나 식물의 모든 것, 즉 모든 생물의 모든 세부는 마치 누군가가 설계하고 창조한 것처럼 우리를 압도한다

218) 소름 - 진화의 증거

226) William Paley - Natural Theology

241) 페일리는 자신의 시계공 논증이 신의 존재를 입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그 논증은 정반대 방향, 즉 신의 존재를 반증하는 쪽으로 향한다. 본인은 몰랐지만, 페일리는 유창하고 설득력 있게 자기 무덤을 파고 있었던 것이다. 

--) 상향식, 하향식

292) 앤디 톰슨 - Why We Believe in God(s)

스티븐 프라이어 - Mythos

300) 얼룩말이 잡아먹힐 위험과 굻어 죽을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과 마찬가지로, 패턴을 찾는 인간도 두 가지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했다. 패턴이 없을 때 패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미신적 거짓 긍정)의 위험과 패턴이 있을 때 패턴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거짓 부정)의 위험이다. 패턴을 알아차리는 경향은 자연선택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신과 종교적 믿음은 그 경향의 부산물이었다. 

327) 아리스타르코스 - 지동설(기원전 310-230)

340) 패트릭 매슈: 스코틀랜드 인. 자연선택설을 생각한 제3의 인물

352) 나는 우리가 과감하게 용기를 내어 성정함으로써 모든 신을 단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