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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

김연수 - 일곱 해의 마지막. 문학동네. 2020

by 길철현 2021. 12. 23.

[서평]

김일성이 정권을 잡은 북한 사회는 어떤 곳이었는가? (독일국적의 사학자였던가? 조명훈은 [북녁일기]에서 북한을 '감옥'이라고 말했다. 웃기는 사실은 남한은 '지옥'이라는 것이다. 물론 오래전 이야기이다.) 북한에서 나온 북한 소설들을 몇 권 갖고 있긴 하지만 읽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작품이 [민중의 바다](혈해?)일 것이다. 김연수의 이 작품은 실존인물인 백석(기영)의 전후 북한에서의 생활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작품이다. 이른바 전기 소설일 것인데(사실의 취재가 거의 막혀 있는 상황이라 대체로 정황 증거와 작가적 상상력으로 써내려갔을 것이므로 전기 형식을 띠고 있긴 하지만 그냥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이락 해야 할 것이다. 읽지는 않았지만 김연수는 [굳빠이 이상]이라는 소설도 펴냈다. 이 작품에서는 이상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실존인물을 다룬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은 김훈일 텐데, 김연수는 실존 작가들을 그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김연수 작품을 '따뜻함'이라고 칭하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두 작가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김연수가 그려내 보이는 북한사회는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경직된 그런 사회, 조명훈이 지적한 대로, 아니 최인훈의 [광장]에 묘사된 것처럼 자유가 결핍된 감옥과 같은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시인은 어떻게 자신의 문학활동을 할 것인가? 발표하지 않고 쓰기만 한다면? (일제 치하의 시인들이 처한 운명은 또 그대로 유사한 면이 있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빼앗겼다는 것.) 그것도 발각이 된다면 큰 고초를 당할 것이다. 백석은 당의 노선과의 타협점을 찾으려 하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오지로 밀려나 거기에서 생을 마쳤다. 그의 작품 중 [흰 바람벽이 있어]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은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어 특히 기억이 남는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큰 슬픔을, 때로는 기쁨을. 그리고 인간은 모두 죽음과 상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사회는 인간이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 형성한 것이지만 때로는 우리를 옥죄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노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발췌]

--) 기행

83) 병도 - 그는 해방 직후 소련군과 함께 평양에 나타난 젊은 수령의 귀환을 전설적인 장군의 개선으로 묘사한 소설을 누구보다도 빨리 썼기에 그뒤로 승승장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