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재미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흡인력이 있다. 그의 데뷔작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1996)는 그 소재가 충격적이어서 놀랐는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또 한 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 설경구가 주연을 맡은(그래서 더욱 섬뜩했나?) 영화로도 개봉된 [살인자의 기억법](2013)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옥수수와 나]는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그의 수필인 [여행의 이유]에서 언급한 것을 보고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알라딘에 가니 있어서 구입을 했다. 그리고 어머니 간병을 하는 동안 빠르게 읽어내려 갔다. "잊혀진 스파이"가 10년만에 북으로의 귀환을 통보받은 다음 24시간의 행적을 그린 이 작품은 역시나 독특한 소재가 우리를 소설 속 공간으로 빨려들어가게 한다. 기영과 그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과거사와 행적을 발 빠르게 그린 이 작품은 분단 속에 놓인 남한과 북한에 대한 진단이지만, 방점은 남한 사회에 놓여 있다. 그가 그리고 있는 서울이 내가 20대부터 살아온 곳이라 너무나 친숙하다는 것이 나를 소설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자칫 르포가 될 위험도 있는 듯하다(실명과 실제 사건을 쓰는 것을 예전 소설에서는 상당히 경계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변한 듯하다, 는 생각도 있다. 사실과 허구의 구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최인훈의 [광장]의 거울상--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의 구도를 띤다. 그럼에도 두 작품은 그 무게감이나 접근 방식에서는 전혀 다르다. 결말에서의 주인공의 운명도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이 두 작품을 비교 분석해 보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전개되는데, 기영의 부인인 마리가 쓰리섬을 하는 장면, 그러다가 자칫 포섬이 될 뻔한 장면에서 그 정점에 이른다. 거기다 이 소설은 작가의 백과사전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우리 시대의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리처드 도킨스가 밈이라고 부른 현상. 그래서 나는 그와 내가 공유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공통성을 느끼고,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분발심을 느끼는가?).
후반부로 갈 수록 기영이 남한 사회의 그물(김기덕의 [그물] 또한 이 소설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에 걸려 옴쭉달싹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래서, 뒷맛이 씁쓸하다. 그리하여, 나는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상징계의 그물에 포획된 채 살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은유라고 마구 쓴다.
[제목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책 표지를 나는 주의를 별로 기울이지 않고 무심하게 보았더니만 르네 마그리트라는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의 그림으로 "빛의 제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단다. 다시 보니 자세히 보지 않아도 하늘은 빛으로 낮인데 땅은 등이 켜져 있는 밤이다. 일상적인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을 합쳐 놓았으니 묘한 효과를 불러온다(꿈의 언어인 압축과 전치를 생각하라). 남파 간첩인 기영이 북으로부터 잊혀진 채 남한에 잘 적응해서 살고 있는 상황 자체도 이 그림만큼이나 모순적이다. 상식에 길들여져 무감각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어쩌면 가장 모순적이리라.]
* 김연수의 [일곱 해의 마지막]도 이 작품과 비교*분석해 볼만 하다. 시인 백석의 전후 북한에서의 7년을 살펴보는 이 작품은 우리 작가들이 그 소재를 넓혀간 예이다.
[발췌]
24) 크라잉넛 - 말달리자 // 말 달리자`
29) 마라 - 죽음은 우선 사라지는 것이고 사라진 후에도 남은 자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39) 마쓰오 바쇼 - 하이쿠 [민음사 세계시인선]
모든 것을 청산하고 즉시 귀환하라. 이 명령은 번복되지 않는다.
70) 사이먼 싱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올로이코프의 소설 - 어느 병사의 죽음
85) 스파이에 대한 설명
93) 잊혀진 스파이
96) Rage against the Machine
102) 루치노 비스콘티/오즈 야스지로
103) 히틀러 - 대중들은 큰 거짓말에 속는다고.
105) 북한에서의 생활/ 97) 남한 사회의 진단
107) 김기덕 - 그물
141) 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해야 돼요/ 성욱(마리 애인)
145) 귀도 크노프 - 전쟁과 폭력
156)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저지른 과오까지 동지들 앞에서 고백하고 그 고백을 평가받는 일이 평생 계속되는 사회에선 그 누구도 자시을 지켜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180) 이선실 - 22위
189) NL - National Liberation / PD - People's Democracy
191) 오윤의 목판화 복제
202) 키(에)르케고르 - 치열한 고요
245) 샘 페킨파 - Straw Dogs/ Wild Bunch/ Get Away
251) 여행 가방 신 - 인터넷을 찾아봤으면
276) 메리 홉킨스의 <Those were the days>의 뒷부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백지라는 빈 공간에 이야기와 사물들로 채워나간다는 것.
278) 이승우 -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284) 눈이 먼다는 것. 연암/ Molly Sweeney/ Aldoux Huxley - Eyeless at Gaza
289) 빔 벤더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극우파 게이 미시마 유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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