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대해서 나는 오래전부터 제목으로 추측컨대 전쟁 영화, 그중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공중전을 벌이는 그런 영화일 것이라고 여겼고, 그런 비슷한 장면을 본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나의 추측은 제목이 불러온 억측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에 영화 제목의 번역이 오역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그럼 정확한 번역은 무엇인가 하는 점도 영화를 보면서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마침 요통으로 부득이 휴식을 취해야만 하는 기회에 이 영화가 떠올라 찾아보았다.
North by Northwest 북서쪽으로(북서쪽에 의해서) 북, 도대체 무슨 말인지? 번역이 부정확하다는 것은 북북서는 North North West이기 때문이다. 그다음 Northwest by North는 나침반의 32위 방위 중 30번째인 북서미북(북북서보다 약간 서쪽이고 북서쪽보다는 약깐 북쪽)을 가리키지만, North by Northwest란 방위는 없다. 영화에 나오는 대로 Northwest를 항공사 이름으로 보면 제목은 [노스웨스트를 타고 북으로]가 되겠지만 이것도 말이 좀 안 되는 것이, 주인공이 이동하는 경로는 시카고에서 거의 서쪽에 있는 사우스 다코다 주의 래피드 시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을 이 영화가 정부의 정보기관(CIA?)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 조지 케플란 때문에 일어나는 해프닝이라는 전체 내용과 연결시켜 해석해보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종의 "의미가 불분명한 신조어"로 볼 수 있을 듯하다(요즈음 상품명을 보면 이런 용어들로 넘쳐나지만 이런 식의 제목이 60년 전에 사용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말로 번역한 사람이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는 잘 알 수 없으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라는 번역은 부정확한 대로 이 영화의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어느 정도는 성취하고 있다(직역에 가깝게 번역을 하자면 [미북북서]나 [북미북서]가 되겠으나 관객의 호기심은 1도 불러 일으키기 힘들 듯하다). 이와 연결해서 한 가지 더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주인공 로저 손힐(Roger Thornhill 캐리 그랜트)이 이브 켄들(에바 마리 세인트)을 열차에서 만났을 때, 자신의 이름 이니셜 R * O * T가 새겨진 납작성냥곽에서 담뱃불을 붙여주면서 주고받는 대화이다. 그는 원래 미들 네임은 없지만 사람들의 기억을 돕기 위해 의미가 없는 O를 삽입한 것이다. 그가 광고업자라는 점을 생각할 때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그 합성된 단어가 "썩다"라는 별로 좋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뭔가 좀 부조리하기도 하다.
제목의 의미를 풀어보는 부분이 의외로 길어지고 말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작품 전체의 흐름을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상당한 중요성을 띤다. 거기다 가볍고 재미있는 오락 영화 정도일 수 있는 이 영화는 반공주의라는 광풍이 몰아치는 1950년대 미국의 상황과 맞물리며 뜻밖의 부조리극의 성격도 다분히 띠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정부 기관의 공작과 엉뚱한 오해로 '평범한'(?) 시민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 이후 이런 류의 영화는 정말 많은데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것만 해도 "쇼생크 탈출"이나 "퓨지티브" 등이 있다. 이 영화가 오락 영화가 아니라 리얼리스틱?한 영화라면 초반에 죽음을 당하거나 "아버지의 이름으로"처럼 감옥에서 부단히 싸워나가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기지를 발휘하고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온갖 난관을 헤쳐나간다(세세하게 따져본다면 엉성한 구석이 많겠지만 그보다는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흥미와 호기심이 그런 엉성함을 눈감게 해 준다. 실패한 영화에서는 그런 엉성함이 부각되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경매장에서의 주인공의 코믹한 임기응변 장면이다). 평자들이 흔히 지적하듯 이 영화는 007 영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으로 이 영화는 난관의 해결(일에서의 성공)과 사랑의 성취를 담은 전형적인 소원성취 영화이기도 하다.
Northwest by north 북서미북
영화를 보면서
'영화 그밖의영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크홀 -- 김지훈(2021) (0) | 2022.04.17 |
---|---|
점퍼(Jumper) -- 더그 라이먼(Doug Liman)[2008] (0) | 2022.03.08 |
위 아 더 밀러스(We are the Millers)- 로슨 마샬 터버(2013) (0) | 2022.02.11 |
모가디슈 - 류승완. 2021(넷플릭스) (0) | 2022.01.13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존 왓츠(211228/220101) (0) | 2022.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