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말에서 1991년 초, 소말리아의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남한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의 현실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내전의 참상과 그 혼돈에 겪게 되는 외부자들의 고통, 그리고 유엔에 가입도 못한 채 남과 북으로 분단된 상태로 해외에서도 대립과 반목, 거기다 북한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도 국가보안법이라는 족쇄 때문에 인간적인 교류마저 허용하지 않는 엄혹한 상황 등을 영화는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그래도 남한 대사관으로 피신한 북한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이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사히 구조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250억이 넘는 엄청난 돈을 들여(그래서 내전에 휘말린 모가디슈를 실감 나게 그려내었다) 코로나 유행 직전에 제작을 마쳤지만 코로나라는 악재를 만난 이 영화는 그럼에도 영화 자체의 탄탄함으로 3백6십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남북한 대사관 직원 및 가족들이 남한 대사관을 빠져나와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하는 장면에서의 총격과 탈출 장면은 영화적 흥미를 위한 불가피한 장치이기는 해도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이 딜레마의 해결책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택시운전사]의 마지막 부분에서의 총격전과 탈출 역시도 거의 흡사하다).
짧은 순간 느꼈던 동포애(?)에도 불구하고 케냐의 몸바사 공항에 도착한 다음에는 생면부지인 사람들처럼 서로를 외면해야 하는 현실은 남과 북의 대치 상황과 경직된 체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 나는 [열하일기]에 관심을 갖게 되어 박지원의 묘를 한 번 찾아가보고 싶었는데 이내 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으면서도 지구 반대편의 오지보다 찾기 어려운 곳, 또 남북한의 관계가 좋을 때면 운이 좋은 소수가 방문하는 곳, 남북한의 관계는 우선적으로 물적, 인적 교류에서 그 출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엄두를 못내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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