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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조지프

A Set of Six [여섯 편의 단편들] - 1904 (제4단편집)

by 길철현 2016. 8. 4.


1. Gaspar Ruiz (160804)


그의 대작인 Nostromo처럼 남미 - 이 작품에서는 구체적으로 칠레라고 명시하고 있다 -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중편 소설은 한 인물의 일대기에 가까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콘래드의 작품으로는 독특하고, 또 일반적인 단편 소설 서사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우연성이나 낭만적인 사랑의 요소가 특히 부각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진부한 단편 소설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은 관점이 Santierra 장군의 회고적 관점과 Gaspar의 직접적인 관점이 교차하면서, 거기에 우리의 상상력이 작용할 빈 공간을 많이 허용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또 이 작품은 한 인물의 독특한 인생을 실감나게 묘사해서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독자들을 쉽게 빨아들인다. 총살의 현장에서 운 좋게 살아남는 장면이나, 또 지진의 현장에서 타인들과, 자신의 아내가 된 여자 Dona Erminia를 구해내는 장면 등은 거의 통속 소설의 묘사와 거리가 멀지 않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는 콘래드의 뿌리 깊은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인 세계관이 스며나오고 있다. 로열리스트나 공화파, 어느 한쪽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정치적 행위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탐욕 등이(물론 그런 점은 이 작품보다는 [노스트로모]에서 더욱 두드러지지만) 더욱 부각된다. 권력의 희생자였던 가스퍼와 도나는 세속적인 정치 권력에 맞서, 자신들의 관계에 더욱 중요성을 부여하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도나의 경우에는 자신의 가족을 파괴한 공화파에 대한 복수심이 우선시되고, 가스퍼는 도나를 향한 사랑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구도라는 점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콘래드의 작품을 읽으면서 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부모를 파괴한 정치 권력에 대한 증오심,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에 대한 원망,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만 고국을 저버리고 강대국인 영국으로 귀화한 것에 대한 죄책감 등이 콘래드 의식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읽히는 면이 많다.)


2. The Informer (160804)

[The Secret Agent 밀정]를 쓸 때 콘래드는 특히 무정부주의자들에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이 작품 또한 [밀정]의 연장선에서 읽어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무정부주의자들의 모습, 특히 상류층이면서도 겉멋 때문인지 무정부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여인, 이런 것의 제시와 함께, [서구인의 눈으로]의 라즈모프처럼 첩자 노릇을 하는 인물의 제시는, 배반이라는 주제, 즉 죄의식과 밀접하게 연결이 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Servin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것이 여인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는 것. 이 부분은 [서구인의 눈에서] 심화 확대되어 나타나는데,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좀 더 공구해야 할 것이다.


3. The Brute (160823) [Complete Short Fiction II]

(49)  From the day she was launched she never let a year pass without murdering somebody.

(57) 형의 애인인 Maggie에게 사고가 일어나는 장면


이 작품의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Apse Family"라는 예측불허의 배, 사람을 곤경에 빠트리고 인명을 앗아가는 배가, 화자의 형의 애인을 죽게 만든다는 것.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화자의 부모에 대한 원망이 그들의 행복의 파괴라는 변조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너무나도 도식적인 적용이고, 일단은 삶의 불행이 우리에게 닥쳐오는 것에 대한 묘사라는 수준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4. An Anarchist (160823) [CSF II]

(10) The amount of injustice in the world was indeed scnadalous.

(20) 화자가 '주인공'을 보는 시각. 무정부주의자 일반.  (Warm heart and weak head.)


무정부주의자에 대한 콘래드의 관심이 반영된 또 다른 작품.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근면한 노동자였는데, 술을 많이 마시고 자신의 속 마음을 그대로 털어놓고 또 난동을 부린 결과로 감옥에 가게 되고 무정부주의자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무정부주의자들과 어울리던 그는 은행털이 범죄에 연루되어 다시 외딴 섬에 수용되었다가 탈출하게 되는데 - 그 와중에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무정부주의자 두 명을 죽인다. - 이후 그는 은둔자로 살아간다는 내용.


(콘래드의 허무주의적이고 보수적인 태도가 드러나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무정부주의자들의 심리를 천착해보려는 시도. 이 부분이 갖는 의미도 고찰할 필요가 있다.)


5. The Duel

(D'Hubert - Feraud)

(179 -80) Asked whether the quarrel was settled this time, they gave it out as their conviction that it was a difference which could only be settled by one of the parties remaining lifeless on the ground.

(225) You will fight no more duels now.

(226) Our difference is at last settled for good.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장교(D'Hubert - Feraud)의 수십 년에 걸친 여러 차례의 결투가 결국 좀 더 이성적인 D'Hubert의 승리로 끝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두 사람의 계급 간, 또는 기질상의 차이 등 여러 가지 갈등도 두드러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러시아에서 퇴각할 당시에는 동지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질감이 전혀 없지 않은 것도 아니다. 거기다 D'Hubert는 숙청을 당하게 된 Feraud를 자신이 아는 권력자에게 부탁하여 몰래 구해주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갈등은 중년까지 이어져 마지막 결투로 이어지는데, 막 결혼을 앞둔 D'Hubert는 이 마지막 결투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고 Feraud를 그냥 보내준다. 이 마지막 결투에서 D'Hubert는 자신이 사랑하는 젊은 역시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소득까지 얻게 된다.


이 작품은 정신분석적인 견지에서 보자면 아버지를 이기고 사랑을 성취하는 것의 예이지만, 두 사람의 극한적인 대립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콘래드의 소설로서는 보기드문 그런 것이다.


6. Il Conde (160823) [CSF II]

이 작품은 콘래드가 실제로 들은 이야기로, 거의 실화라고 보아도 무방한 단편. 백작인 노신사가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강도를 당한 상황을 극화한 것인데, 특별히 다른 의미가 있는지는 알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