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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이영광

직선 위에서 떨다 - 이영광

by 길철현 2022. 2. 21.

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을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 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 떨지 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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