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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청령(蜻蛉)-- 이상

by 길철현 2022. 2. 21.

건드리면손끝에묻을듯이빨간봉선화(鳳仙花)
너울너울하마날아오를듯하얀봉선화(鳳仙花)
그리고어느틈엔가남(南)으로고개를돌리는듯한일편단심(一片丹心)의해바라기―
이런꽃으로꾸며졌다는고호의무덤은참얼마나미(美)로우리까.

산(山)은맑은날바라보아도
늦은봄비에젖은듯보얗습니다.

포푸라는마을의지표(指標)와도같이
실바람에도그뽑은듯헌출한키를
포물선(抛物線)으로굽혀가면서진공(眞空)과같이마알간대기(大氣)속에서
원경(遠景)을축소(縮少)하고있습니다.

몸과나래도가벼운듯이잠자리가활동(活動)입니다
헌데그것은과연(果然)날기는나는걸까요
흡사(恰似)진공(眞空)속에서라도날을법한데,
혹(或)누가눈에보이지않는줄을이리저리당기는것이아니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