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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자화상 -- 방화 -- 정진규

by 길철현 2022. 2. 21.

그는 언제나

어둠을 잔뜩 꼬나보고 있었지만

이미 그가 어둠이었다

무너져야 할 것은 그 자신이었다

꼬나보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의 어둠이었다

불러줘야 하는데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다

듣지 못하는 귀는 쓸모가 없었다

울화만 치솟았다

그걸 서른일곱 해 동안 

오직 건초더미로만 가지고 갔다

그가 술을 마실 줄 알았다거나

여자를 찾아갔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방화가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