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장 잘 그리고 싶다
그의 고향 뜨락을
해마다 가득 채우던
만개한 편도화 나뭇가지
누구나 그 향기 가득한 걸 그리고 싶다
누구나 무너짐으로부터
온전하게 일어나 있고 싶다
고향엘 돌아가 있고 싶다
조카들의 방에도
한 폭 아름다운 그림으로
가서 걸려 있고 싶다
그러나 모를 것이다
무너져 있는 사람은
무너져 있을 때가 오히려 편안하다
떠돌고 있는 사람은
떠돌고 있을 때가 오히려 제 모습이다
만개한 편도화 나뭇가지
내 고향의 뜨락에도
개복숭아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꽃이 더 아름다웠다
그런 꿈을 꾼 날이면
내게도 더욱 깊은 어둠이 왔다
아침에도 깨어나지 않은 사람 하나가
하루종일 따라다녔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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