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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만개한 편도화(扁桃花) 나뭇가지 -- 개복숭아 -- 정진규

by 길철현 2022. 2. 22.

누구나 가장 잘 그리고 싶다

그의 고향 뜨락을

해마다 가득 채우던

만개한 편도화 나뭇가지

누구나 그 향기 가득한 걸 그리고 싶다

누구나 무너짐으로부터

온전하게 일어나 있고 싶다

고향엘 돌아가 있고 싶다

조카들의 방에도

한 폭 아름다운 그림으로

가서 걸려 있고 싶다

그러나 모를 것이다

무너져 있는 사람은

무너져 있을 때가 오히려 편안하다

떠돌고 있는 사람은

떠돌고 있을 때가 오히려 제 모습이다

만개한 편도화 나뭇가지

내 고향의 뜨락에도 

개복숭아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꽃이 더 아름다웠다

그런 꿈을 꾼 날이면

내게도 더욱 깊은 어둠이 왔다

아침에도 깨어나지 않은 사람 하나가

하루종일 따라다녔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따라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