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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아를르의 병원에 있는 공동침실 -- 밤샘 -- 정진규

by 길철현 2022. 2. 22.

세상이 모두 잠든 시간에

불을 밝히고 있는 집은 그 집

한 채 뿐이다

혼자서가 아닌 여럿이서

함께 잠들지 못하고 있는 집은 그 집

한 채 뿐이다

곧 당도할 별 하나를

하늘의 별들이 기웃거리고

말을 잃은 사람들이 

그저 난로가에 둘러앉아 있을 뿐이다

눈도 내리지 않는 겨울밤

침대들은 모두 비어 있다

오직 한 사람만이 누워 있다

침대들은 모두 차 있다

오직 한 개의 침대만이 비어 있다

그들이 잠든 동안에

홀로 떠나 보낼 수 없는

결코 그럴 수는 없는

어두운 사람들의 따뜻함!

따뜻하다 할지라도 그런 슬픈 따뜻함을

누가 알겠는가

가끔씩 담배를 피울 뿐이다

밤샘들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국을 끓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