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벗고
반 고호는 물었을 것이다
너는 어디를 그렇게 쏘다녔느냐고
무엇을 그렇게 많이 걷어차고
어디에 그렇게 많이 치이고
왜 그렇게 많이
닳고 해지고 터졌느냐고
그는 구두 한 켤레를 그리면서
그 질문들을 그리면서
그리다가
웃었을 것이다
그렇게 헤매어야 다시
왔지 왔느냐고
그냥 터덜 터덜 떠도는
어떤 목적지를 모르는 너도
다시 지금 만난
네가 목적지가 된
그것이 당연하지 않으냐고
웃다가
그는 구두를 벗고 정중히
그 이마에 입맞추고
이젠 맨몸으로라도
맨발로라도
저를 이끌고 한세상
또 어디로
떠나려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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