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의 측백나무는
땅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불기둥
머리채 흔들면서 하늘에 닿고
달도 별도 소용돌이치는
빛의 웅덩이
오월 밤 수풀을
밀밭 향내로 태운다
들끝 오막살이 낡은 창문
낮은 콧노래 길게 흐르고
방울 소리 울리는 흰 말의 수레와
천천히 돌아가는 마을 사람들
밤길은 새벽까지 탈이 없을 것이다.
측백나무 위에
별이 뜨는 길은
어우러져 넘치는 강줄기 같다.
바람도 둥글게 윤무를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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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의 측백나무는
땅에서 솟아오른 검은 불기둥
머리채 흔들면서 하늘에 닿고
달은 달대로
별은 별대로
숙성한 오월 밤 수풀 위에
황금의 밀밭을 일으켜 세운다
들끝 오막살이
사람 사는 창문에서는
보라빛 훈김이 피어오르고
흰 말이 끄는 마차 방울 소리
제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을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도착하지 못하리
측백나무 정수리 별 뜨는 길로
밤길은 돌고 돌아 멈추지 않아
한마당 흥건한 윤무만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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