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 배낭에 잔뜩 도구들을 챙겨 넣고서
들로 나갔다.
대형 나일론 망사채로 바람을 걸르고,
대기 네 귀퉁이에 못을 박고,
땅을 파고,
민주니 공산이니 아이비엠이니 하는
사상들을 우선,
한 구덩이에 쓸어넣고 태워버렸다.
<대낮의 불꽃>은 청렬하다.
점심은 통멧돼지 구이로 해얀다고
어린 딸은 끝내 보채기 시작했으나
우리는 파종부터 했다. 뿌리를 내리기만 하면
<잠자는 공주의 숲>보다 더 삼엄한, 저
성채를 단숨에
자욱한 가시로 휘덮어 버리는
타조 알만큼 굵디굵은 그런 이상한
선인장들의 씨들을······
'고흐 이야기 > 고흐 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측백나무와 별이 있는 길 -- 이향아 (0) | 2022.03.16 |
---|---|
정물 -- 고호의 <해바라기> -- 이제하 (0) | 2022.03.16 |
고호 2 -- 이상희 (0) | 2022.03.16 |
고호 1 -- 이상희 (0) | 2022.03.16 |
죄수들의 보행 -- 이능표 (0) | 2022.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