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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정물 -- 고호의 <해바라기> -- 이제하

by 길철현 2022. 3. 16.

그대의 눈빛이

<해바라기.를 닮았다고 깨달았을 때도

차마 내색할 용기가 내겐 없었다

저 엄격하고 당연한 구도를 보라

꽃들은 밤송이처럼 겨워 터지고

더러는 타다 만 저고리고름처럼 잎이

늘어져 있다

옹기같이 둥근 황갈색 받침병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40년을 

견딘 그대의 엉덩이처럼

혹은 대지처럼

 

배경이 되고 있는 저 갈뫼빛

보다 더 엷은 대칭의 두 그림자가 되어

이제 우리는 저무는 방의 한 끝에서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통일은 되지 않고

죽은 빨갱이의 여편네라는 이름도 떨어지지 않고

그러면서도 우리는 어째서 한 통속일 수밖에는 없느냐는 듯이,

늙은 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