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눈빛이
<해바라기.를 닮았다고 깨달았을 때도
차마 내색할 용기가 내겐 없었다
저 엄격하고 당연한 구도를 보라
꽃들은 밤송이처럼 겨워 터지고
더러는 타다 만 저고리고름처럼 잎이
늘어져 있다
옹기같이 둥근 황갈색 받침병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40년을
견딘 그대의 엉덩이처럼
혹은 대지처럼
배경이 되고 있는 저 갈뫼빛
보다 더 엷은 대칭의 두 그림자가 되어
이제 우리는 저무는 방의 한 끝에서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통일은 되지 않고
죽은 빨갱이의 여편네라는 이름도 떨어지지 않고
그러면서도 우리는 어째서 한 통속일 수밖에는 없느냐는 듯이,
늙은 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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