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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좌충우돌 백령도(둘째 날 4)[20220228-0302](사곶해변, 끝섬전망대, 현무암 분포지, 그리고 세 번째 심청각)

by 길철현 2022. 4. 22.

사곶해변은 "언뜻 보면 모래로 이루어진 듯 하나 사실은 규암가루가 두껍게 쌓여 이루어진 해안으로 썰물 때면 길이 2㎞, 폭 200m의 사빈이 나타난다. 사곶 사빈은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것과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단 두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지형 및 지질상을 가지고 있다. 6.25 전쟁 때부터 최근까지 군사비행장으로 사용했으며, 1989년 초까지 군사 통제구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출입통제가 해제되어 하계 휴양지로 널리 알려지게 되어 지금은 해수욕장으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대한민국구석구석]은 소개하고 있다. 사빈이라는 말이 낯설어 찾아보니 쉬운 말로 하면 '바다와 맞닿은 모래밭으로 주로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곳' 정도가 될 것이다. "사빈의 배후에는 일반적으로 해안사구(海岸砂丘)가 나타나는데, 사빈은 폭풍이 불 때 파랑이 흘러넘치는 곳까지를 가리키고 사구는 식생이 정착한 모래언덕을 가리킨다. 사구의 모래는 바람에 의하여 사빈에서 불어와 쌓인 것으로 초본류 등이 정착하거나 인공적으로 방풍림을 조성한 경우가 많다. 사빈은 사구와 더불어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며, 관광자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옮겨 적다 보니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모래의 정의를 어학 사전에서 찾아보니 "잘게 부서진 암석과 광물 파편으로 구성되어있는 지름이 2~0.02mm인 입자상 물질"이라고 되어 있다. 규암 또한 일종의 암석이니 "규암가루"를 모래라고 부르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하다. 또 소개대로 모래가 아니라고 한다면 모래밭을 가리키는 사빈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모순이다. 모래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와 실제 사용에 있어서의 부정확함이 이런 글을 낳은 듯하다. 이런 예는 "한국향토문화대전"에 소개된 [우도 산호 해변] 편에서도 볼 수 있다.

 

우도 산호 해변에는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모래가 펼쳐져 있는 모래사장이 있어 서빈백사(西濱白沙)라고 하였다. 예전에는 이 하얀 모래가 산호 파편으로 알려져 산호 사 해빈이라고도 하였는데, 최근에는 해빈 퇴적물을 이루는 구성 요소가 홍조 단괴임이 밝혀져 홍조 단괴 해빈이라고도 한다.


홍조 단괴는 얕은 바다에 사는 해조류(海藻類) 중의 하나인 홍조류가 오랜 시간 동안 돌에 달라붙어 덩어리처럼 굳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이것이 파도의 침식 작용을 받아 잘게 부숴 진 다음 해안으로 밀려와 퇴적된 것이다. 홍조 단괴 해빈은 길이가 약 300m, 폭은 약 15m 정도이다.

우목동 해안에는 앞바다에 많이 서식하는 홍조류가 강한 조류와 태풍 등의 영향을 받아 뒤집히고 굴러다니면서 점차 성장하고 돌멩이처럼 굳어진 뒤 떠밀려 와 해빈을 형성하고 있다. 우도의 홍조 단괴 해빈은 2004년 4월 9일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이 부분을 이렇게 길게 옮겨 쓴 이유는 세계에서 단 두 곳밖에 없고, 천연 비행장으로 이용되었다는 명성에 비해 눈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모래사장(여기에도 중복이 있다)처럼 보여서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물론 바닥이 일반 모래사장처럼 발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다는 점은 차이점이지만, 그래서 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을 조금 걷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글을 쓰면서 이 부근에 [사곶냉면]이라는 식당이 유명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곶로를 달려 조금 나아가니 어제 들어오는 길에 보았던 장갑차가 있던 곳이고, 또 거기서 조금 더 가 어제 지나쳤던 [용기원산끝섬전망대]로 차를 몰고 올라갔다. 끝섬이라는 말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서북단에 위치한 이 백령도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높은 곳이라 사방을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었다. 

 

 

용기포 신항과 사곶해변, 백령호 등이 다 담겼다.
소청도인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감람암포획현무암 분포지]였는데, 내비의 표시가 부정확해 찾을 수가 없었다. 느낌상 이곳은 해안에 있어야 할 듯했는데, 내비에서는 해안에서 좀 들어온 곳에 있어서 농로를 따라 가보아도 현무암 분포지가 있어야 할 곳에는 무슨 군사 시설인지가 있었다. 나는 학술적 가치가 있어서 일반인의 출입을 막아 놓았나, 하는 엉뚱한 상상까지 했으나 영문을 모른 채로 일단 백령면내로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전에 차를 몰고 나가면서 본 식당 중에 돈까스를 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사장님은 손님이 없어서 주방 아주머니를 막 보내서 돈까스가 안 된다고 했다. 그냥 나오기도 뭐해서 순두부로 시켰는데, 얼마 후 가족 손님이 와 돈까스를 시키자 이번에는 안 된다든 돈까스가 되었다. 숫자의 미학이 여기서도 작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주인 아주머니에게 현무암 분포지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어 식사를 마친 뒤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내비에 [감람암포획 현무암 분포지]로 나오는 곳

이번에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니 주차장까지 마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비의 안내에 따라 해안쪽이 아니라 안쪽에 주의를 기울이느라고 놓치고 지나쳤던 듯하다. 어제 두무진에서 만난 분은 대만의 예류지질공원까지 언급하며 적극 추천했으나 별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감람암포획 현무암이라는 말이 감이 잘 안 왔는데, "황록색을 띤 감람암 암편들을 다량으로 함유한 현무암"이라는 뜻이었다. 

이 막대기들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마하 비치 상륙전을 떠올리게 했다. 뒤로 보이는 건 끝섬전망대.
감람암 포획 현무암
두무진에서도 이 안내판을 보았는데 왜 이런 안내문을 달아 놓았는지 의아했으나 조금 생각을 해보니 귀순자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더 차를 몰자, 이내 심청각으로 이어졌다. 무슨 인연인지 전날 밤, 이날 아침, 오후 이렇게 세 번이나 이 심청각을 찾게 되었다. 심청각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냥 걷다보니 길이 그렇게 이어진 것도 있고, 이날 오후에 다시 찾은 것은 날도 완전히 개었고 하니 북한 땅을 잘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시간이라 관광객도 몇 명 눈에 띄었다. 거기다 육십 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해설사 분이 혼자 온 나를 위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져셨다.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곳이 장산곶인데(그건 나도 이미 아는 사실이었지만) 여기서 직선거리가 12킬로 정도밖에 안 된다. 그리고, 예전에 중국으로 갈 때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이 바다를 많이 이용했다"는 이야기부터 역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지만 시간이 오래 되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앞바다에는 어선이 몇 척 떠있었는데 모두 중국배라고 했다. 북한 어선은 남쪽으로 넘어올까봐 경비정들이 출항을 못하게 하고, 남한 어선도 위험 지역이라 조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장산곶이라는 지명은 오래 전 황석영의 [장길산]을 읽을 때 처음 접했던 듯하고, 장산곶 타령, 장산곶 매 등도 많이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장산곶 북쪽에 있는 몽금포의 타령도 유명하구나. 하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해안 절벽 곳곳에는 포들이 설치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우리도 마찬가지로 북한을 향해 포들이 사격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백령도에서 채 10킬로도 안 되는 곳에는 북한의 섬이 있었는데, 거기에도 해안포가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해설사 분이 이 섬 이름을 이야기 해주었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는데, 카카오맵에 '월내도'라고 나와 있었다). 망원경으로 좀 더 안쪽을 보니 어렴풋이 건물들이 보이는 듯했다. 해설사 분은 전시용 건물이라고 했다. 

 

백령도가 개성보다도 더 북쪽에 있고 지도로 보아도 황해도 해주 등과 비슷한 위치에 있어서 해설사 분에게 "여기가 38선보다 북쪽이죠?"라고 물었더니, 의외로 "그렇지 않다"고 했다. 조사를 해보니 대략 37.5도이다. 625 이후 서쪽 지역은 38선보다 훨씬 남쪽까지 북한 땅이 되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해설사 분이 심청각 안에도 들어가보라고 해서 잠시 들어가 봤는데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한 바퀴 그냥 휙 둘러보고 나와서 그런지 아무것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장산곶
월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