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각에서 관광 안내문에 나온 [코끼리바위]를 향해 차를 연화리 방향으로 몰고 나갔으나 어디에도 이 바위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없는 것을 보고는 이 바위는 육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야 보이는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대신에 근처에 있는 [천안함46용사위령탑]에 가볼까 했으나, 걸어서 언덕을 올라가야 해서 포기하고 말았다. 2010년도 백령도 인근에서 천안함이 침몰하여 46명의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 당국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숱한 의혹들이 뒤따랐다. 백령도 서남 해안에서 침몰했는데,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한다면 군 경계에 큰 허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되지 않은 듯한데 수십 명의 젊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는 이 안타까운 사건도 벌써 십 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돌아나오다가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기에 나도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바다로 나가보았다. 파도는 여전히 거칠었고, 두무진에서 이어지는 이곳의 해안 바위 절벽도 아름다웠다.
백령로를 타고 돌아나오다 소류지를 하나 발견해 올라가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길쭉한 일자형의 [연화 농업용 소류지]는 가뭄으로 물이 많이 줄어있는 상태였다.
백령남로를 달려 남쪽 해안으로 향하자 언덕에 [중화동교회]가 보였다. 1898년에 설립된 백령도 최초의 교회이자, 우리나라 전체를 보더라도 장로교회 중 두 번째로 설립된 것으로 유서가 깊은 교회이다. 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인근에 있는 저수지였기에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교회가 있는 마을에서 좀 내려와 서쪽 호젓한 곳에 위치한 이 저수지는 원래 바다였던 곳을 방파제를 쌓아 만든 간척 저수지인 듯한데, 둘레길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천천히 삼십 분 정도 산보하는 기분으로 걸었다. 이 저수지는 넓기만 하고 삭막해 아쉬움이 컸던 [백령호]가 준 실망감을 상쇄해 주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저수지였을 뿐만 아니라 둘레길도 잘 마련되어 있었고, 주위 야산과 어울려 고즈넉한 풍경이 선사하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다가 저수지 위로 군데군데 가는 줄이 쳐쳐 있는 것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는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오후도 기울어 가고 해서 [용트림바위]와 [남포리 습곡구조]를 찾아 보는 것으로 이날의 여행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용트림바위에 먼저 갔는데, 아직 노을이 지기에는 이른 시각이라 남포리 습곡구조부터 찾아본 다음 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내비를 따라 남포리 습곡구조에 도착했는데 아무런 안내판도 없었고, 느낌상 해안의 절벽이 습곡구조인 듯해 카메라에 담았다.
용트림바위 전망대로 올라온 나는 일단 반대편 언덕으로 올라가 [남포리 습곡구조]를 보고 내려왔다. 저녁이 되면서 기온이 내려가 비니에 장갑까지 착용했음에도 추위가 파고 들었다. 차에 들어가 앉아 있으려니 허리 통증이 또 밀려왔고,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떨면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나 노을이 지려면 좀 더 기다려야 했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듯한 분이 용트림바위와 그 옆의 해안절벽을 찍더니, 노을은 기다리지 않고 가버렸다. 노부부가 전망대 우측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그 쪽으로도 길이 있다는 걸 알고 좀 걸어올라갔으나 노을이 곧 시작될 듯해 이내 내려오고 말았다. 며칠전 보령해수욕장에서의 노을은 그야말로 흐지부지였고, 통영 미륵도 달아공원에서의 노을도 좋긴 했으나 그날 날씨가 너무 추워 고생을 했다. 진도의 세방낙조는 그 명성에 걸맞게 코로나 가운데도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서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를 즐겼다.
붉게 하루가 마감을 했고 내 백령도 여행도 실질적으로는 끝났다. 하지만 백령도는 아무런 스릴 없이(요통과 싸우느라 고통의 연속이었건만) 나를 보낼 수는 없다는 듯 마지막 에피소드를 하나 준비해 두고 있었다. 경로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백령남로를 달려 백령면내로 들어섰다가 오전에 두무진으로 갈 때 봐두었던 [제이앤비호텔]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 등 저녁 대용으로 먹을 것을 좀 사고, 기름도 미리 가득 채웠다(렌트 회사에서는 기름을 가득 채워서 나에게 차를 넘겼고, 반납할 때도 가득 채워 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침 7시 배로 떠날 거라고 렌트 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부두에 세워두고 떠나면 된다고 했다(참, 편리한 시스템이군).
호텔은 전날 묵었던 모텔보다는 깔끔했으나 난방 관계로 주인을 불러야 했고, 텔레비전 리모컨 배터리가 다 되어서인지 작동이 되긴 되는데 약간씩 애를 먹였다. 그렇게 이튿 날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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