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2
-- 이백 년 묵은 나무
탱자나무로 엮어진 산길을
친구와 난
뭔가에 홀린 듯이 뛰고 또 뛰었지.
할배의 손 끝에서 빛나던
건너 마을 신령스런 나무를 보러
흰 천, 붉은 천, 노랑, 그리고
짙은 남색의 천
온갖 천들이 둘려있는 거대한 나무 앞에서,
두 손 꼭 모으고 축원 올리는
아낙네들 손에 손에는
정성들이 묻어날 것만 같고,
우리는
지은 죄 없이 무서워
멀찍이 숨어서만 바라보았지.
(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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