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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2 -- 이백 년 묵은 나무

by 길철현 2022. 6. 10.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2

                           -- 이백 년 묵은 나무

 

탱자나무로 엮어진 산길을

친구와 난

뭔가에 홀린 듯이 뛰고 또 뛰었지.

할배의 손 끝에서 빛나던

건너 마을 신령스런 나무를 보러

 

흰 천, 붉은 천, 노랑, 그리고

짙은 남색의 천

온갖 천들이 둘려있는 거대한 나무 앞에서,

두 손 꼭 모으고 축원 올리는

아낙네들 손에 손에는

정성들이 묻어날 것만 같고,

우리는

지은 죄 없이 무서워

멀찍이 숨어서만 바라보았지.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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