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4
-- 연못가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미소 머금고
아이는 소녀의 손을 이끌었다
햇살은 연못 위에, 소녀의 어깨 위에
아이의 얼굴 위에 은은하게 빛났다
아이 참, 물도 맑네, 마셔도 되겠다
지저귀듯 소녀가 속삭였다
아이가 한 움큼 물을 움키자
손가락 사이로 은구슬이 알알이 떨어져 내렸다
물안개가 조금씩 피어올라
소녀와 아이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87년 12월, 8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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