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3 -- 벼랑

by 길철현 2022. 6. 10.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3

                                           --벼랑

 

돈 많이 벌어 금의환향하겠다던 낭군님

강남 갔던 제비가 오고 가기를 몇 차례

편지 한 장 소식 한 편 없더니만

마른하늘에 벼락도 치지 않았는데

한 줌 재 되어 돌아왔더라

슬픔은 때론 눈물도 넘어서는 법

멋 모르는 동네 남정네 아낙네는

모진 년 독한 년 새색시만 나무라더라

아무도 모르리라

용팔이가 밤마다 집 주위를 배회하던 것을

외로움이 겨울밤처럼 깊어질 때마다

겹겹이 걸어 잠그던 새색시 손을

뜬 눈으로 밤새운 새색시

정화수 길러 몸 정히 씻고

임 맞이 고운 명주옷 꺼내입고

뒷산 벼랑을 올랐어라

꽃고무신 가지런히 벗어놓고

고개 돌려 마을 한 번 내려보고

치마로 얼굴 가린 뒤

도도히 흐르는 강물로

서방님 품 안으로

뛰어들었어라

 

(871113)

(98511)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시  (0) 2023.05.22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4 -- 연못가에서  (0) 2022.06.10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2 -- 이백 년 묵은 나무  (0) 2022.06.10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1 -- 뒷산  (0) 2022.06.10
  (0) 2020.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