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3
--벼랑
돈 많이 벌어 금의환향하겠다던 낭군님
강남 갔던 제비가 오고 가기를 몇 차례
편지 한 장 소식 한 편 없더니만
마른하늘에 벼락도 치지 않았는데
한 줌 재 되어 돌아왔더라
슬픔은 때론 눈물도 넘어서는 법
멋 모르는 동네 남정네 아낙네는
모진 년 독한 년 새색시만 나무라더라
아무도 모르리라
용팔이가 밤마다 집 주위를 배회하던 것을
외로움이 겨울밤처럼 깊어질 때마다
겹겹이 걸어 잠그던 새색시 손을
뜬 눈으로 밤새운 새색시
정화수 길러 몸 정히 씻고
임 맞이 고운 명주옷 꺼내입고
뒷산 벼랑을 올랐어라
꽃고무신 가지런히 벗어놓고
고개 돌려 마을 한 번 내려보고
치마로 얼굴 가린 뒤
도도히 흐르는 강물로
서방님 품 안으로
뛰어들었어라
(87년 11월 13일)
(98년 5월 11일)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시 (0) | 2023.05.22 |
---|---|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4 -- 연못가에서 (0) | 2022.06.10 |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2 -- 이백 년 묵은 나무 (0) | 2022.06.10 |
잃어버린 시절의 이야기 1 -- 뒷산 (0) | 2022.06.10 |
문 (0) | 2020.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