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밭을 지나며 --유 하
프로방스의 태양은 다산성이에요
아를의 가을 들판을 달리면
태양이 낳은 수만의 아이들이
일제히 노란 입을 벌리며
먹이인 빛을 달라고 보채고 있지요
그 소리 하도 먹먹해
고흐의 귀를 생각했어요
[천일馬화], 문학과 지성사
(감상) -고흐의 작품 활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아를을 지나면서 느낀 흥취를 적은 시이다. 이 시기에 그린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들은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의 하나인데, 그림 속의 해바라기와 실제 작가가 보고 체험한 해바라기가 병치 되고 있다. 해바라기를 ‘태양이 낳은 아이들’이라고 보는 상상력이 이 시의 출발이자 전개인데, 그것이 약간은 의외적으로 ‘고흐의 귀’로 연결이 되고 있다. 빛을 외치는 해바라기, 그 외침을 견디지 못한 고흐의 귀는, 결국 자신의 귀를 자르는 비극을 불러오고 마는데, 흥미롭긴 하지만 시적인 감흥의 면에서는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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