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용묵, 白痴 아다다, 한국근대소설의 이해 II, (조선문단, 35)
(<백치 아다다>는 나에게는 소설보다 노래가 더 친숙하다. 대학교 2년 선배이자, 같이 과내 문창반에서 활동을 했던 이내석 형이, 술자리 때 마다 부르던 노래.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면서 점점 더 커져 가던 형의 목소리에 ‘아다다’의 비극은 한껏 고조되어 우리의 가슴을 후려치곤 했다.)
계용묵은 벙어리에다 머리마저 나쁜 한 여인, 그 여인이 자신의 천성적인 결함과, 그 여인이 부모의 홀대와, 주위의 몰이해와 천대로 인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객관적인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아다다의 죽음을 그녀 자신의 생각의 부족으로 보던, 자본이 동반하기 마련이 타락의 영향으로 보던, 계용묵이 아다다의 운명에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았다는 점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어떤 연관에 놓여 있는지 고찰해 볼 문제이다.
리얼리즘적 기법을 무리 없이 따르고 있는 이 소설은, 1954년에 나온 이탈리아 영화 [길 La Strada]을 떠올리게 한다. 두 작품 다 태생적인 약점을 타고 난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길]이 인간 존재의 문제를 좀더 천착한 느낌이 있다. 계용묵의 작품은 소설 작품으로서 ‘한 인물의 외형적 묘사’라는 측면에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작품이지만, 주인공의 내면을 파고드는 데까지는 시도하고 있지 않으며(이 작품에서 그러한 시도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비극적 운명의 한 여인의 소묘’ 그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닌 수준에서 받아들이게 된다.
(원본이 지금의 철자법과 차이가 많아 이해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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