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복덕방, [한국 해금 문학 전집], 삼성출판사(37, 조광) 050705
<줄거리>
안초시는 친구인 서참의가 운영하는 복덕방에서 먹고 자기도 하면서 세월을 보낸다. 늙어서 따로 일할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참의는 합방 전에는 참의였으나, 합방 후 다섯 해를 놀다가, 복덕방을 열었다. 심심파적으로 연 것이었으나 부동산 경기가 좋아서 그의 수입은 의외로 짭짤해 가회동에 수십 칸 집을 세웠다.
안초시의 딸은 무용가로 상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아버지에게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어느 날, 이 복덕방에서 같이 어울리던 박희완 영감이 ‘황해 연안에 제2의 나진이 생’길 거라는 정보를 준다. 이에 안초시는 일확천금을 벌 것을 꿈꾸며 딸에게 권유하여 이 땅을 매입하게 한다. 그러나, 이 정보는 개발 정보만 믿고 이 땅을 구입한 작자가 개발이 취소된 것을 알고 자신의 손해를 타인에게 전가하기 위해 꾸며낸 허위 정보였다.
1년이 지나도 땅은 전혀 개발의 기색도 없고, 그 땅을 처치할 방도도 없다. 우울한 세월을 보내던 안초시는 어느 날 음독자살을 하고 만다. 서참의가 그를 발견하고 딸인 안경화에게 알리는데, 안경화는 자신의 명예에 흠집이라도 날까, 아버지의 죽음을 자연사로 돌린다.
장례식 장에는 안경화의 아는 제법 반반한 조객들이 모여든다. 원래 장지까지 가려했던 서참의와 박희완 영감은 거기 모인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분향만 하고 술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평>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가는 세 중늙은이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특히 자살을 하고 마는 안초시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다. 안초시는 ‘언제든지 한번쯤은 무슨 수가 생기어 다시 한번 내 집을 쓰게 되고, 내 밥을 먹게 되고, 내 힘과 내 낯으로 다시 한번 세상에 부딪쳐보려니(348)’ 하는 믿음을 안고 살아가지만, 자신에게 좋은 운이 왔다고 믿고 산 땅이 허위정보에 속은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더 이상 살아갈 의지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태준 특유의 간결하고도 감칠맛 나는 문장과 구수한 이야기 솜씨가 진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돋보이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객관적으로 감정의 동요 없이 서술되는 이야기의 핵심에 비극적인 사건이 자리하고는 점이 이 작품에 긴장감과 시대적인 무게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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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초시와 딸 안경화와의 갈등, 또 장례식 장에서, 박희완 영감과 서참의와, 또 조문객 사이의 갈등은 식민지 시대를 뼈저리게 절감하는 구시대와, 식민지 시대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신시대의 갈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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