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석, 성황당, 조선일보, 1937년(한국단편문학대계 4, 삼성) (050802)
<줄거리>
공간적 배경 : 함경도 혹은 평안도의 산골짜기. 시대 배경: 일제 시대.
현보와 순이는 두메산골에서 숯을 구워 생계를 꾸려가며 사는 순박한 부부이다. 순이는 장에 나간 남편 현보가 고사댕기와 고무신을 사가지고 오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이제 갓 스물이나 되었나 할 젊은 처자이고, 성황님께 치성을 드리면서 살면, 성황님이 은덕을 베풀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산림감시원인 김주사가 음심을 품고 그녀에게 치근덕거린다. 그녀가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자, 현보가 불법으로 소나무를 벌목했다는 혐의를 걸어 경찰에 신고하고, 그 결과 현보는 연행된다. 현보가 연행된 밤에 다시 그녀를 찾아와 농락을 하는데, 순이를 좋아하고 있던 이웃의 칠성이가 그녀를 찾아온다. 칠성과 김주사는 한 바탕 싸움이 붙게 되고 그 와중에 김주사는 다치고 만다.
며칠이 지나도 현보는 돌아오지 않고, 어느 날 몸을 피해 달아나 있던 칠성이가 그녀를 찾아와 현보가 나오려면 삼 년은 있어야 한다는 말로 자신과 함께 다른 곳으로 가서 살자고 종용한다. 칠성을 따라 나선 순이, 그러나 그녀가 가야할 곳이 산골이 아니라 들판이며, 자신이 정겹게 살아온 곳을 정말 떠나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발길을 돌린다.
집에는 현보가 돌아와 있었고, ‘모든 것이 성황님의 덕택’으로 순이는 여겼다.
<감상>
순박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개인과,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적 환경 사이의 갈등이, 성황당과 산골이라는 토속적인 정취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서정성과 현보가 붙잡혀 갔다가 돌아옴으로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결말은 사실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현보가 소나무를 베어서 숯을 굽는 것은 불법인데다가, 순이가 의지하고 비는 성황당도 실제로 어떤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는 것을 독자들은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힘은, 다소 안일하기는 하지만, 현실의 위태로움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지만 서로를 포옹하며 살아가는 한 남녀의 소박하면서도 이상적인 삶에 좀더 초점을 맞춤으로서, 그 이상적인 삶이 성취되기 힘든 데로 아름다운 그림으로 우리에게 각인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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